'친구2' 곽경택 감독 "테스토스테론 들끓는 '대부'…그 오마주"

전편과 12년 터울 카운터펀치 맞아온 감독의 기록…"속편 나오길 잘했네라는 말 듣고파"

곽경택 감독(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2001년 개봉 당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8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형 느와르의 새 장을 연 영화 '친구'.
 
"내가 니 시다바리가" "느그 아버지 뭐 하시노?"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니가 가라 하와이" 등 극중 대사가 유행어를 넘어 일상 대화로 녹아들면서 사회 현상으로까지 확장됐던 바로 그 영화다.
 
친구는 11월14일 속편의 개봉을 앞두고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걸작 '대부' 시리즈와 비교되고 있다.
 
실제로 친구 시리즈를 연출한 곽경택 감독은 "친구2는 '대부2'(1974)에 대한 오마주"라고 했다.
 
22일 서울 을지로에 있는 한 식당에서 만난 곽 감독은 "대부 시리즈 가운데 1편과 2편은 나의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을 자극하는 영화"라며 "느와르의 대단한 힘을 지닌데다, 무엇보다 말론 브란도, 알 파치노, 제임스 칸, 로버트 드 니로 등 명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친구2는 새로운 대부가 된 마이클 꼴레오네(알 파치노)와 그의 아버지인 비토 꼴레오네의 젊은 시절(로버트 드 니로) 이야기가 교차되는 대부2의 독특한 흐름을 빌려 온 모습이다.
 
다만 친구2는 주인공 준석(유오성)의 전대인 아버지 철주(주진모) 이야기보다 준석과 그 다음 세대인 성훈(김우빈) 사이의 화학작용에 더 큰 비중을 뒀다는 점에서 대부2와 차이를 보인다.
 
곽 감독은 "친구2는 기본적으로 외로운 중년과 외로운 청년이 부딪치면서 빚어내는 이야기"라며 "내가 30대 중반에 만들었던 1편의 관객이 앞뒤로 10년 터울인 2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일 텐데, 이제는 3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이 됐을 그들에게 더 넓고 깊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친구2의 줄거리는 이렇다.
 
친구 동수(장동건)의 죽음을 지시한 혐의로 수감됐다가 17년 만에 출소한 준석은 몰라보게 달라진 세상과 어느 새 조직의 실세로 성장한 은기(정호빈)의 모습에 위기감을 느낀다.

준석은 아버지 철주가 평생을 바쳐 이뤄놓은 조직을 되찾고자 흩어졌던 자기 세력을 다시 모으고, 감옥에서 만나 자신을 아버지처럼 따르는 젊은 성훈을 오른팔로 두게 된다. 친아버지의 얼굴도 모른 채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성훈도 자기를 아버지처럼 챙겨주는 준석에게 의지한다.

하지만 성훈이 은수를 통해 자신의 아버지가 동수이고, 준석이 동수를 죽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둘 사이는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는다.
 
이날 곽 감독과 함께 자리한, 친구2의 제작사 ㈜트리니티엔터테인먼트 남지웅 대표이사는 "개인적으로 극의 후반 20~30분간 보여지는 비장미는 전편을 능가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때 1편에서 동수가 죽을 때 나오던 음악(친구 OST 중 동수의 죽음)을 그대로 사용해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극의 두 축인 유오성 씨와 김우빈 씨의 연기 시너지가 무엇보다 빛났는데, 기본적으로 연기를 못하면 인정하지 않는 유오성 씨가 김우빈 씨의 연기를 기특하게 봤고 서로를 잘 챙긴 덕이 크다"며 "친구2도 전편과 마찬가지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지만, 극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30대의 열의와 열정으로 만든 영화가 친구라면, 친구2는 카운터 펀치를 여러 차례 맞으면서 어느 새 40대가 된 감독이 만든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라는 것이 곽경택 감독의 설명이다.
 
곽 감독은 "최근 친구2 촬영을 마친 뒤 울산의 한 동네 영화제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친구를 10여 년 만에 봤는데, 1편은 나의 추억이자 논픽션, 2편은 픽션이라는 점에서 출발부터 다르구나, 영화적으로 1편을 뛰어넘을 수 없겠다는 생각에 욕심을 버렸고, 대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다.
 
이어 "친구 1편과 2편 사이 12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나를 포함해 관객들이 겪었을 수많은 혼란과 변화를 영화 안에 녹여내려 애썼다"며 "친구2를 본 사람들로부터 '속편 나오기를 잘했네'라는 말을 듣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