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십알단'이 쓰고 국정원이 퍼나른 트위터 글 보니

"安 대통령 꿈꾸지마" "朴 진정성 믿어" 공소장 변경신청서에 담겨

십알단(십자군 알바단)이 쓴 트위터 글의 일부 (민주당 진선미 의원실 제공)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지난 대선 기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의 윤정훈 목사가 운영하던 이른바 ‘십알단(십자군 알바단)’과 서로 퍼나른 트위터 글의 일부가 23일 밝혀졌다.

안철수 후보가 대선출마를 선언한 날 “대통령 꿈꾸지 말라”고 비꼬면서 ‘위선자’, ‘늙은광대’라고 비방했고, “유신세대 80%가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박정희를 꼽았다”는 내용 등이다.

주로 윤 목사(@JunghoonYoon)가 글을 쓰면, ‘누들누들’(@nudlenudle)이라는 계정의 당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이모(43)씨 등이 이를 리트위트(RT)해 퍼뜨렸다.

이 트위터 글들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이 발견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의 공소장 변경허가 신청서에 담은 5만 5천여건에 상당부분 포함돼있다.

검찰이 국정원과 새누리당 측의 연결고리에 주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윤 목사와 이씨가 사용했던 트위터 계정은 현재 삭제됐지만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올해 초부터 확보해온 이들 트위터 계정의 글을 비교해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안 의원이 대선출마를 선언했던 지난해 9월 19일 윤 목사는 “안철수, 제발 곱게 잠드소서. 밤마다 대통령 꿈 꾸지 마시구요”라고 트위터에 글을 썼고, 이씨는 이를 퍼날랐다.


또 “안철수는 야당의 총선패배 후 야당에겐 정치쇄신의 능력 없음을 알고 이미 대선출마 결심했었다. 안철수로 단일화 하라는 메시지에 민주당, 문재인 멘붕일듯 ㅋ”이라고 적기도 했다.

박근혜 당시 후보를 지지 찬양하는 취지의 트윗도 있다.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 물으니 50%가 박정희, 유신시대를 경험했던 세대 80%가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박정희 꼽아. 오늘밤 부모님께 박정희 대통령이 도대체 누구냐고 물어봐라~”는 글 역시 윤씨가 적고 이씨 등이 수십차례 퍼날랐다.

특히 “안철수-문재인은 있고 박근혜는 없는 것은?”이라며 “SNS 파워트위터러들의 조직화도 미흡한 상황같네요”라며 걱정(?)하기도 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실 제공)
또다른 국정원 직원 추정 계정인 @hu************는 “가난한 국민들 어루만져 주던 어머니 육영수의 피묻은 한복을 빨고, 산업화로 강국을 만들려던 아버지 박정희의 피묻은 와이셔츠를 빨았던 박근혜. 흉탄에 서거한 아버지를 비판한 박근혜의 진정성을 나는 믿는다!”고 쓴 윤 목사의 글을 리트위트했다.

이날은 박근혜 후보가 5ㆍ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 과거사 문제를 사과하는 입장을 밝힌 날이다.

이 트위터 계정은 또 박 후보의 부동산 정책 발표 동영상을 링크한 글도 퍼날랐다.

이외에도 지난해 10월 26일 @gh****이 박근혜 후보의 공식 트위터 계정의 글을 리트위트 하며 “NLL 포기 발언, 국민들은 진실을 요구한다!”고 쓴 글을 @sh*******이라는 국정원 직원 추정 계정이 다시 리트위트한 글도 있다.

특별수사팀은 이들 트위터 글이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보고 원 전 국정원장의 공소장 변경허가 신청서에 담았다.

진선미 의원은 “국정원이 사실상 박근혜 후보 캠프의 온라인 선거단이었다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면서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고, CBS노컷뉴스와 함께 비교 분석 작업을 했던 같은당 서영교 의원은 “국정원과 새누리당 측, 박근혜 당시 후보 사이의 커넥션에 대해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십알단이 쓴 트위터 계정과 국정원 연관 10개 계정을 확인해보니 같은 글을 놓고 RT(리트위트)를 한 정황이 발견됐냐”는 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질문에 “보고 받았다”고 인정했다.

민주당은 이를 “수사의 본질”로 규정하면서 “트위터글 5만 5천여건 수사의 최종목표는 이것이지 않냐”고 윤 지청장에게 물었고, 그는 “제가 답변드리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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