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양호산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경기도 분당에 있는 KT 본사와 서울 광화문·서초동 사옥, 이 회장 주거지 등 16곳에 검사와 수사관 100여명을 보내 각종 내부 보고서와 사업계획서, 회계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관계자는 "조사부에 배당된 고발사건 2건과 관련해 자료제출이 잘 이뤄지지 않아서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미 고발인 조사와 KT 관계자들 다수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한 상황이여서 수사팀이 이 회장의 배임 정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보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이 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이 회장은 수백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지하철광고사업 등을 무리하게 추진해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참여연대는 KT가 지하철 5,6,7,8호선의 광고권 임대사업인 스마트애드몰 사업 등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수백억 원의 손해를 봤다며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KT가 수백억 원의 적자를 예상하고도 당초 5억 원만 투자한 이 사업에 60억 원을 재투자하고 스마트애드몰을 계열사로 편입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참여연대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자신의 친인척인 유종하 전 외부무 장관이 관련된 회사를 계열사로 편입함으로써 유 전 장관에 수억 원의 이득을 안기고 회사에 거액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KT가 유 전 장관이 관련된 콘텐츠 사업 회사인 OIC랭귀지비주얼 설립에 참여하고, 이 회사를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60억 원 가까운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이 회장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KT 사옥 39곳을 헐값으로 매각해 회사와 투자자에 수백억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10일 이 회장을 재차 검찰에 고발했는데, 2010년부터 지난해 사이에 매각한 KT 사옥 39곳 중 28곳을 손자회사인 KT AMC가 모집한 펀드에 감정가의 75% 수준으로 매각해 최대 869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압수물 분석을 마무리하는 대로 이 회장 등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재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검찰 수사를 두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자리를 지키는 이 회장을 향한 '마지막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2002년 KT는 공기업에서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기업으로 완전 민영화됐지만 KT 사장 자리는 정권에 따라 교체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졌다.
이명박 정부 2년차인 2009년에 취임한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해 오는 2015년 3월까지 임기가 보장됐지만 현 정부 들어 끊임없는 사퇴설과 퇴진설에 휘둘린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