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묻혀 장애인연금도 슬그머니 '축소'

(자료사진)
기초연금에 이어 장애인연금도 당초 공약보다 대폭 후퇴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근혜 정권은 전체 중증장애인 대상자에게 월 20만원을 주겠다고 공약했지만, 입법 과정에서 소득하위 70% 이하로 슬그머니 물러선 것이다.

기초연금에 함께 묻혀 장애인연금 공약이 후퇴했음에도 정부나 청와대는 공식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김용익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2일 보건복지부가 장애인연금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발표하면서 대상을 소득하위 70%로 축소한 사실이 최종 확인됐다.


당초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모든 중증장애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한다고 약속했다.

인수위 보고 과정에서도 이같은 계획은 변하지 않았다.

김 의원이 입수한 복지부의 인수위 업무보고를 보면 "장애인 연금은 현재 중증장애인 32만명(63%) 수준에서 59만명(100%) 수준으로 늘리고 금액도 20만원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추가 예산은 연 4,200억 정도로 추계했다.

정부는 올해 5월 공약가계부를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장애인연금을 100% 확대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 수립 과정에서 복지부는 현재 소득하위 63% 수준인 장애인연금 대상자를 70%까지만 인상하는 수준으로 예산을 요구했다. 금액도 1,220억원만 증액했다.

급기야 이달 초 장애인연금법 입법예고를 하면서는 대상자를 70% 수준으로 못박았다.

불과 4개월 만에 공약이 후퇴하면서 중증장애인 15만6천여명이 장애인연금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는 기초연금이 전체 노인에서 소득하위 70%로 후퇴하면서 덩달아 장애인 연금도 같은 기준으로 대상자를 축소했기 때문이다.

정부나 청와대는 기초연금 후퇴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사과했지만 장애인연금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용익 의원은 "기초연금 발표 당시 노인들에게 거듭 사과한 대통령이 장애인 연금 공약포기에는 아예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면서 "장애인연금을 축소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 기초연금이 70%로 축소됐기 때문에 장애인연금도 덩달아 축소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장애인은 더부살이 인생이 아니다. 공약대로 모든 중증 장애인으로 대상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 관계자는 "장애인연금은 독립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기초연금과 마찬가지로 재정 여건을 감안해 소득 하위 70%로 연계돼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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