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20일 끝난 플레이오프에서 1승3패로 두산에 무릎을 꿇었다. 1차전 패배 후 2차전 승리를 거두며 반전을 노렸지만 3~4차전에서 연이은 실책에 스스로 무너졌다.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가득한 11년 만의 가을야구였다.
경험 부족으로 주저앉았지만 2013년 LG에게 의미있는 해다. 11년 만에 가을야구 꿈을 완성시키면서 팀 이미지를 바꿨다. 더 이상 LG는 약팀이 아니라는 의미다.
▲포스트시즌 경험 부족…실책으로 무너져
역시 경험 부족이 5일 만에 가을야구를 접은 가장 큰 이유다. 가을야구 단골손님인 두산에 비해 LG는 2002년 이후 무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긴장감은 없다"고 자신했지만 마음만 앞섰다. 타석에서는 나쁜 공에도 덤벼들기 일쑤였고, 수비에서도 실수 연발이었다.
여유가 없으니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한 두산을 당해낼 수 없었다.
1차전 베테랑 3루수 정성훈이 결정적인 실책 2개를 범하며 패한 LG는 3차전에서는 3회말에만 실책 3개를 쏟아내며 무릎을 꿇었다. 4차전에서도 2회말 1루수 김용의의 실책으로 선취점을, 8회말에는 박용택의 실책으로 쐐기점을 헌납했다. 실책 없이 승리한 2차전을 제외한 나머지 3경기에 범한 실책은 무려 8개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수치다.
김기태 감독은 "나름대로 준비기간을 가졌는데 보시다시피 나올 건 다 나왔다. 모자란 것을 느꼈을 것이고, 야구란 것이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면서 "포스트시즌에서 안 좋은 것이 나왔지만 정규리그에서는 잘 해줬다. 잘못된 것은 질책을 받아야 하지만 큰 영광을 누릴 자격이 있는 선수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게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11년 만의 가을야구…희망은 쐈다
비록 4위팀에게 패한 2위팀이 됐지만 LG가 보여준 힘은 대단했다. 5월 7위까지 떨어졌을 때는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말이 솔솔 흘러나왔다. 하지만 LG는 6월부터 치고 올라왔다. 삼성과 선두 다툼을 펼치면서 1위 자리까지 꿰차기도 했다. 74승54패, 승이 무려 20개나 더 많았다. 그리고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투수진은 평균자책점 3.72로 9개 구단 가운데 최고였다. 류제국(12승)과 레다메스 리즈, 우규민(이상 10승) 등이 선발진을 책임졌고, 38세이브의 봉중근과 함께 이동현, 정현욱 등이 뒤를 지켰다. 타선에서는 이병규(9)가 3할4푼8리로 타격왕에 올랐고, 이진영(3할2푼9리)과 박용택(3할2푼8리)이 3~4위를 기록했다. 정성훈도 3할1푼2리로 타격 10걸에 자리했다.
시즌 초 중하위 평가를 받았지만, 이처럼 투타가 조화를 이룬 덕분에 가을야구의 꿈이 이뤄졌다.
김기태 감독은 "돌이켜보면 중하위로 본 분들 많다. 선수들에게 고맙다"면서 "비록 경기는 졌지만, 중요한 경기를 왜 이기고 지는가를 느낀 점은 굉장히 큰 소득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승부처에서 두려움을 좀 갖고 있었다 느꼈다. 시즌에는 그걸 없애는 데 중점 뒀는데 승부처에서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자신감 갖고 할 수 있다는 마음을 재충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록 11년 만의 가을야구는 5일이라는 짧은 추억으로 끝났다. 하지만 LG는 11년 동안 해보지 못했던 값진 경험을 몸에 익혔다. LG에게는 짧지만 소중했던 5일 간의 가을야구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