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완상 "박대통령이 극복할 두 가지? "

"發善으로 적대적 공생관계 끝내야 "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대통령 주변 적대적 공생관계로 이득보는 사람 있는지..
- 북한 극좌와 남한 극우, 미국 보수파간 적대적 공생관계
- 악으로 악을 이기지 못해, 선으로 악을 이기는 발선 해야


■ 방 송 : FM 98. 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10월 18일 (금)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한완상 (전 부총리)


◇ 정관용> 정전 60년 특별기획, 다시 통일을 생각한다. 오늘은 특별히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를 모시고 2부 시간에 보내드리겠습니다. 한완상 전 부총리, 문민정부부터 참여정부까지 통일부총리, 교육부장관,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을 두루 거친. 그야말로 한반도 문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최근에 이 공직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한반도는 아프다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셨네요. 왜 아플까요. 어떻게 이 아픔을 치유해야 할까요?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선생님 어서 오십시오.

◆ 한완상> 네.

◇ 정관용> 한반도는 아프다라는 제목, 누가 만들었어요?

◆ 한완상> 제가 만들었죠.

◇ 정관용> 출판사가 한 게 아니고?

◆ 한완상> 그럼요.

◇ 정관용> 왜 아픕니까, 한반도가?

◆ 한완상> 한반도가 아프니까 아픈데. 그건 왜냐하면 지난 100여 년간 우리 역사를 보면 한반도가 너무 억울하고 부당하게 강대국에 의해서 식민지로 떨어졌죠. 그리고 식민지로 떨어지고 나서도 1941년 12월에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니까 식민지 민족으로서 받았던 경제적인 착취라든지 정치적인 억압이라든지 그리고 모멸, 사회문화적 차별 이런 것이 전쟁 기간에 더 혹독해져서 우리 젊은이들은 징병으로 끌려가고 또 우리 아저씨들은 징용으로 끌려가고 우리 누나들은 위안부로 끌려갔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 한완상> 그래서 민족의 고통이 극심했는데. 아마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성도 빼앗겼어요. 나는 초등학교 때 제 성이 한 씨인데.

◇ 정관용> 창씨개명.

◆ 한완상> 창씨개명해서 성도 훔쳐가고 우리 나라말도 못하게 했거든요. 그리고 자기들의 일본제국의 신인 가미사마를 꼭 신앙하도록 강요했거든요. 그랬는데 해방이 됐잖아요. 1945년.

◇ 정관용> 그리고 분단.

◆ 한완상> 그런데 해방이라는 게 어디 있어요, 우리가? 광복, 해방을 우리가 경험해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 역사에.

◇ 정관용> 분단 때문에.

◆ 한완상> 그렇죠. 왜냐하면 지금도 8.15되면 광복, 해방이라고 그러는데. 그건 헛소리 같아요. ideological 굉장히 이념적인 왜곡이지 그게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게 그게 바로 분단으로 이어졌잖아요. 분단도 이게 너무 굉장히 억울한 게요. 대개 전범 국가들이 그 반인륜적인 전쟁범죄 때문에 갈라지는 것 아닙니까?

◇ 정관용> 그렇죠. 그런데 우리는 피해 국가인데.

◆ 한완상> 피해 국가인데 분단은 우리가 되고 전범국인인 일본은 자유로운 국가로 통일된 채로 했고요. 더 우리 민족이 아픈 것은 1950년 북한의 남침으로 우리가 3년 동안 열전할 때 일본은 경제대국으로 벌떡 일어설 수 있는 군수물자 생산, 공장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기시 노부스케, 지금 아베의 외할아버지죠. 외할아버지가 우리 6.25전쟁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아, 가미사마 일본의 신이 일본 민족에게 축복을 내린 것이다, 우리에게는 그게 저주였단 말이에요. 얼마나 아픈 고통입니까? 그래서 내가 이게 한반도는 아프다는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특히 제가 이번에 이 책 내면서 아프다고 한 것은 올해가 정전.

◇ 정관용> 60년.

◆ 한완상> 회갑이라는 말이죠. 그 회갑 전에 3년의 열전. 3년에 최소 300만 죽었죠. 그 아픔이 있죠. 그런데 휴전됐지만 휴전 기간 동안에 내내 냉전과 부분적인 열전을 또 했습니다.

◇ 정관용> 맞아요.

◆ 한완상> 그러니까 63년간의 열전, 냉전으로 너무 우리가 골병들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지 않는 게 내가 이 책에 제목을 붙인 이유입니다.

◇ 정관용> 이제는 뭐, 그냥 당연시 해버리는 것 같고.

◆ 한완상> 당연시하죠.

◇ 정관용> 특히 젊은 세대로 갈수록 통일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고, 그런 것 같죠?

◆ 한완상> 특히 젊은 세대뿐만이 아니라 노인 세대들도요. 소위 반공주의자들은 무엇을 모르냐하면 우리를 식민지로 삼았던 일본하고는 해방된 지 20년 만에 국교정상화했어요. 또 6.25전쟁을 뒤에서 부추겼다고 생각되는 소련하고는 38년 만에 수교했죠.

◇ 정관용> 수교했죠.

◆ 한완상> 우리하고 총 겨누고 싸웠던 중공, 중국하고는 39년 만에 우방국가가 됐거든요. 그런데 왜 우리 동족은 63년이 됐는데 아직도 원수냐. 이 고통이 지속되는데도 이것을 모르고 있는 것에 대해서 젊은 사람만이 아니고, 너무 가슴이 아파서 이 책의 제목을.

◇ 정관용> 책의 서문을 쭉 보니까 지금 현재 한반도의 아픔을 남과 북 모두에서의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표현하셨던데.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하는 게 어떤 걸 의미하시는 겁니까?

◆ 한완상> 이게 참, 사회학에서 말하는 소위 예기치 않은, 의도치 않는 부정적인 결과를 이야기하는 건데요. 예를 들어서 남북 간의 지배엘리트 간에는 서로를 주적으로, 악마로 보잖아요. 그러면 적대적인 관계죠. 그런데 공식적으로는 서로를 악마다, 적이다, 사탄이다 이렇게 저주하면서 상대방을 필요로 합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그게 적대적 공생관계죠.

◆ 한완상> 공생관계죠. 그렇게 미워하면서도 자기의 권력기반을 강화하고 기득권을 옹호하려면 상대방의 악이 필요한 거예요.

◇ 정관용> 맞아요.

◆ 한완상> 그래서.

◇ 정관용> 그러면서 상대방의 악을 서로 필요로 하면서 남과 북 모두 퇴행하잖아요.

◆ 한완상> 그게 중요하죠.

◇ 정관용> 그런 면에서.

◆ 한완상> 두 가지가 있죠. 서로 적대적 공생관계가 맺어져서 작동시키면 두 관계는 늘 갈등 관계, 악화가 돼요. 남북 간이 악화되고 남북 각 체제 안에는 민주주의적 자유. 그리고 노동 3권 적인 그런 평등. 그리고 인권. 이건 모두가 훼손되고 후퇴하게 되죠.

◇ 정관용> 아주 극단적인 사례가 1972년에 박정희 정권은 10월 유신을 단행해서 거의 종신 집권체제를 만들지 않았습니까?

◆ 한완상> 그렇죠.

◇ 정관용> 바로 몇 달 후인 73년 1월에 북한이 주석제를 만들었어요.

◆ 한완상> 12월.

◇ 정관용> 바로 그게 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후퇴인데. 서로가 우리는 북의 남침에 맞서기 위해서 유신해야 한다. 북한은 미 제국주의와 뭐에 맞서기 위해서 주석제를 해야 한다. 이렇게 되는 것 아닙니까?

◆ 한완상> 그렇습니다. 그건 남북관계만 그런 게 아니고 남은 남대로 우리 안에도 그렇습니다. 최근에 우리가 보면 나중에 구체적인 예를 들겠지만 소위 우리 체제 안의 극좌와 극우는.

◇ 정관용> 서로 적대적 공생관계죠.

◆ 한완상> 서로 공생관계다.

◇ 정관용> 맞아요.

◆ 한완상> 그리고 북한과 미국에 있어서도 또 공생관계가 됩니다. 미국의 보수적인 공화당 뉴라이트와 북한의 강경 군부는 서로 욕하면서 각 체제 안에 자기들의.

◇ 정관용> 힘을 키우는 거죠.

◆ 한완상> 힘을 키우고 권력기반을 공고하게 하는 것이죠.

◇ 정관용>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북한에서도 더 좀 강경한 쪽. 어떻게 보면 북한의 극좌파라고 할까요.

◆ 한완상> 그렇죠.

◇ 정관용> 남한에서는 반대로 더 강경한 극우라고 할까요. 그쪽이 가장 적대적 공생관계의 표본이겠군요.

◆ 한완상> 그렇습니다.

◇ 정관용> 남과 북 모두에서 약간 유화파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 사이에 끼어서.

◆ 한완상> 그러니까 유화파들은 양 극단이 서로 공조관계, 공생관계를 맺을 때 설 자리가 없는 거예요. 설 자리가 없으면 아까 이야기했지만 남북 간의 관계는 더 악화되고 긴장은 고조되고 전쟁이 일어날 위험성이 있게 되고 체제 내적으로는 민주주의가 후퇴가 되니까 어떻게 하든지 적대적 공생관계는 끝내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적대적 공생관계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대개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면서도 창의적이고 개혁적인 그런 세력들이죠

◇ 정관용> 북의 극좌와 남한의 극우가 적대적으로 공생하고 있는 서로 의지하고 있는 구체적 사례 같은 거를 한두 가지 얘기해 주실래요?

◆ 한완상> 지금 아까 7.4공동성명 이후에 남북 간에 악화된 거를 이야기를 하셨는데. 제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1993년 제가 통일부총리로 임명받고 한 보름 정도 됐을 때, 북한이 3월 12일 NPT 탈퇴를 했거든요.

◇ 정관용> 핵확산방지조약.

◆ 한완상> 핵확산방지조약 이걸 탈퇴했는데. 탈퇴해한 이유가 뭐냐 하면 그 전 해에 노태우 정부가 한-미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단시켰어요. 중단시켰기 때문에 남북기본합의서가 체결되고 참 남북 간에 분위기가 좋았는데. 그게 92년에 다시 이것을 재개하게 될 때 북한의 강경군부들이 굉장히 화가 났어요.

◇ 정관용> 91년이 남북 기본합의서였고. 92년에 팀스피리트를 부활했다.

◆ 한완상> 부활시켰죠. 부활시키니까 강경군부가 그다음 해에 12월 말에 YS가 대통령에 당선됐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정부를 출범시키자마자 그거에 대한 즉각적인 하나의 단기적인 반응으로 NPT 탈퇴를 했거든요. NPT 탈퇴하니까 결과가 뭐냐 하면 제가 그때 통일부총리로서 대통령을 설득해서 이인모 노인을 북송시켰잖아요. 그러니까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남북관계를 파격적으로 새로운 문법에 의해서 패러다임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남북화해정책이 좌초가 된 거예요.

◇ 정관용> 그렇죠.

◆ 한완상> 그러니까 나 같은 합리적인 진보세력이라고 할까. 합리적인 민주세력이 개혁을 하려고 했는데 그게 좌초가 된 것이죠. 결국 누가 덕을 보느냐.

◇ 정관용> 강경파.

◆ 한완상> 저쪽의 강경군부. 이쪽의 냉정수구 강경세력들이 이득을 보는 것이죠. 그리고 87년 말이에요. 정 선생도 기억나겠지만 6월 시민항쟁으로 우리가.

◇ 정관용> 민주화를 했죠.

◆ 한완상> 민주화했죠. 민주화했는데 그때 물론 두 김 씨가 분열되었기 때문에도 민주세력이 집권 못했지만 그보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해 11월 말에 KAL기 폭파사건이 있었어요.

◇ 정관용> 맞아요.

◆ 한완상> 그게 북한의 강경군부가 결국은 결과적으로 군부세력이 남쪽의 대통령되게 하는데 공헌을 했단 말이에요. 보세요. 역설적이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북한의 강경세력은 한국이 민주정부로 바뀌면 자기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까 봐.

◆ 한완상> 그런 것도 있고. 아까 이건 의도적으로 자기들이 안 했는데 결과적으로 역설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기는 하지만요. 그 법칙이 그게 인류 역사에서 항상 우리가 볼 수 있는 진리입니다. 그게 참 비극이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통일부총리를 맡으셨던 상황이 그때 93년이었잖아요.

◆ 한완상> 그렇죠.

◇ 정관용>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이 그때 취임사에서도 어떤 우방보다도 민족이 우선한다.

◆ 한완상>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고 그랬죠.

◇ 정관용> 그런 표현이 딱 들어가서 어떤 의미로 보면 야, 이게 정말 획기적인 취임사다 정말 남북 간에 뭔가 되려나보다 했었는데. 그게 NPT 탈퇴 그 이후에 사실 또 정상회담까지 하려고 하다가 또 힘들어지고. 그 우여곡절 과정은 또 어떻게 우리가 봐야 될까요?

◆ 한완상> 그래서 제가 취임하고서 한 보름 만에 이 NPT 탈퇴가 생겼는데. 그것도 참 가슴 아프게 곧 바로 전날 이인모 노인을 북송하기로 결단을 했잖아요. 북쪽의 온건파들이 늘 요구한 것이 이인모를 보내달라고 했거든요. 조건 없이 보냈단 말이에요. 인도주의 정신에서. 그런데 그 다음날 NPT 탈퇴하는 것을 보고 내가 내 비망록에 쓴 게 그때는 김일성 주석이 이미 군부를 관장을 못하는구나 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이미 그때는 북한의 군부가 아들의 장중에 있구나. 강경세력이. 그렇게 됨으로써 남쪽에서 시도한 새로운 데탕트 이게 화해정책, 그게 햇볕정책이죠. 그런데 제가 햇볕정책이라고 했는데 우리 김영삼 대통령은 그 뜻을 깊이 헤아리지 못하고 주변의 냉전수구 세력들 때문에 그것을 정책으로 쓰지를 못했는데 역설적으로 영국에 가 계시던 김대중 대통령이.

◇ 정관용> 그걸 받았군요.

◆ 한완상> 햇볕정책을 5년 후에 대통령 당선되시고 공적으로 받아들여서 노벨평화상을 받게 된 것이죠. 이런 것을 생각하면 참 평화세력이, 민주세력이 설 자리가 없게 만드는 적대적 공생관계는 우리 민족을 아프게 하고 국민을 아프게 하는 거죠.

◇ 정관용> 1993년으로부터도 이미 20년이 흘렀는데요. 오늘 2013년 한반도도 여전히 적대적 공생관계죠?

◆ 한완상> 그렇죠. 최근에는 좀 더 악화되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MB 5년 동안 악화된 거는 사실이고요. 최근에는 올해 초에 북한이 작년 12월에 미사일을 쏘고 처음으로 궤도에 올라서 성공을 하고. 그리고 올해 2월 12일에 핵실험 3차 실험에서 성공을 하게 되고 나서 우리 남쪽이나 미국에 아주 강경반공세력들이 굉장히 심한 대응을 했잖아요. 북한이 제일 무서워하는.

◇ 정관용> 훈련도 여러 가지 했고.

◆ 한완상> 스텔스기가 왔고. B-52.

◇ 정관용> 그러니까 북한은 전쟁한다, 막 그랬었고.

◆ 한완상> 그렇죠. 공갈협박을 지나치게 하고 그래서. 남북 간에, 북한과 미국 간에 적대적 공생관계가 한 몇 달 동안 굉장히 삼엄하게.

◇ 정관용> 그걸 확인했죠.

◆ 한완상> 많은 걸 확인했죠.

◇ 정관용> 그래도 좀 태도가 변해서 조금 풀리는 듯하더니 개성공단은 다시 시작이 됐잖아요? 그러더니 또 덜커덕 또 걸려요. 어떻게 봐야 할까요?

◆ 한완상> 그러니까 문제는 이제 현 우리 박근혜 정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적대적 공생관계에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추론을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것을 이겨내려고 하는 의지나 신념을 가진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저렇게 안 되죠. 더 나중에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최근에 미국이 MD시스템을.

◇ 정관용> 미사일방어.

◆ 한완상> 미사일방어시스템에 우리 한국을 참여시키려고 하는 노력 함께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 정관용> 발동하는 것.

◆ 한완상> 발동하는 것을 미국이 공식으로 그것을 인정하는 새로운 흐름이요. 흐름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더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습니다.

◇ 정관용> 더 강화시킬.

◆ 한완상>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고 하는 거. 이거는 일단 말로는 제목 상으로는 적대적 공생관계를 좀 깨보자 이런 거 아닙니까?

◆ 한완상> 아닙니다. 아닌 것 같아요.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봤는데. 아니, 대북정책의 신뢰 프로세스 정책이라 한다면 그 정책의 상대방이 누구입니까? 평양 당국 아닙니까?

◇ 정관용> 그럼요.

◆ 한완상> 그럼 평양 당국의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이 신뢰 프로세스지, 신뢰 프로세스가 이게 첫째는 그 동기가 북한의 버릇 고치겠다고 하는 게 드러났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북한하고 이렇게 협상할 때 옛날에는 나긋나긋했는데 이제는 막 버릇을 고치겠다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게 저쪽에서 감지를 했고요.

◇ 정관용> 이른바 원칙적 대응이라고 하는 게 그런.

◆ 한완상> 원칙적 대응이라고 하는 게 그 원칙이 반공주의적 강경정책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는 남쪽이 미국과 일본과 공조, 혹은 유엔과 공조해서 북한을 옥죄는 걸로 북쪽은 인식했거든요. 그러니까 북한쪽에서 볼 때 이건 신뢰가 아니고 오히려 불신과 증오를 조장시키는 것으로 되어 있죠. 이게 문제이고. 또 하나 신뢰 프로세스의 문제는 그간 우여곡절 끝에도 남북 간에 합의한 것들이 있잖아요. 그 합의한 가운데서도 정상 간에 합의한 것들이 있잖아요. 그것은 반드시 지킨다고 하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돼요.

◇ 정관용> 그런데 그것은 이미 이명박 정부 때부터 전혀 없었던 일이 되어버린 상태 아닙니까?

◆ 한완상> 그러니까 나는 이명박 정부와 그 점에서 다르리라고 기대를 하는 것이죠. 그건 다를 것이다 그래서 특히 북한에 있어서 정상회담의 문건은 우리하고 다릅니다.

◇ 정관용> 신성시 되죠.

◆ 한완상> 바로 그렇습니다. 그건 신성시된 도큐먼트 거든.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들은 그걸 아주 우리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성경 축자영감설을 믿고 지키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런 심성이 있기 때문에 정상회담의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고 그건 그 좋은 뜻으로 성실성이 있는데 그걸 보여줘야 하는데 최근에 우리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10.4공동선언에 나오는 소위 서해개발특구 설치는 지우는 걸로 했잖아요.

◇ 정관용> 그랬어요. 네, 맞습니다.

◆ 한완상> 그럼 저쪽에서 아, 이건 우리 정상 간의 신성한 문건을.

◇ 정관용> 훼손한다.

◆ 한완상> 훼손하고 무시한다.

◇ 정관용> 신뢰할 수 없다, 이렇게 되는 거로군요.

◆ 한완상>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걸로 보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는 장관쯤 되면 그런 걸 알 수 있는 어떤 사회과학적인 통찰력이 있어야 되는데, 그게 너무 없어요. 그게 서해개발지구는 단순한 남북 간의 프로그램이 아니거든요. 10.4공동선언의 핵심적인 경제공동체 프로그램이라는 말이죠.

◇ 정관용> 그러면 우리 선생님께서도 박근혜 정부 출범 초에는 좀 기대를 했다고 그러셨지 않았습니까?

◆ 한완상> 그렇죠. 했죠.

◇ 정관용> 그런데 지금까지는 기대와 정반대의 길로 가는 것 같다라고 하셨고. 박근혜 정부 특히 이 남북문제나 이런 것을 다루는 주변사람들이 보수강경파 쪽 세력들이라서 그런 것 같다라고 하셨어요. 박근혜 대통령은 그럼 주변사람이 바뀌면 바뀔 수 있을까요?

◆ 한완상> 참 그거 어려운 질문이네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분이 이제 극복해야 할 두 가지를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나는 아버지의 정치유산에서 자유롭지 않는다하는 것을 느끼는 것이 아버지를 편안하게 해 줬던 사람들을 주변에 포진을 딱 했어요.

◇ 정관용> 그렇죠.

◆ 한완상> 예를 들면 별이 16개가 포진하고 아버지 때 충성했던 검사를, 유신체제의 헌법을 만든 사람을 등용하고.

◇ 정관용> 비서실장.

◆ 한완상> 이런 거를 보면 아버지의 유죄를 극복하려고 하는 역사적 의지. 그런 감각, 통찰력, 신념이 없는 것 같아요. 그게 내 마음에, 좀 우리 민족을 더 아프게 하지 않냐 하는 이런 염려가 생기고요.

◇ 정관용> 걱정이 있고. 또 하나 뭘?

◆ 한완상> 또 하나는 나는 MB 정권의 잘못을 가장 가까이서 봤을 것 아닙니까?

◇ 정관용> 네, 그럼요.

◆ 한완상> 봤을 텐데. 저는 대북관계에서는 MB가 갔던 길을 안 가리라고 생각했는데.

◇ 정관용> 차별화할 거라고 보셨는데.

◆ 한완상> 아주 본질적으로 차별화할 것으로 봤죠. 4대강을 다르게 본 것 이상으로 남북관계는 달리 보리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가는 길이.

◇ 정관용> 똑같아요?

◆ 한완상> 너무 비슷한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런데 그러면 그게 주변사람 탓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본인의 인식의 문제다?

◆ 한완상> 본인과 그것이 아까 말한 아버지를 편안하게 해 주던 사람들, 그런 성향의 사람들을.

◇ 정관용> 알겠습니다.

◆ 한완상> 주변에 모시는 것을 보면 그게 두 개가 같이 가는 게 아닌가.

◇ 정관용> 이게 뭐, 물론 정권마다 또 정권 안에서도 시기별로 조금씩의 부침은 있지만 우리 지금 선생님께서 강조하시는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하는 것은 사실 벌써 육십 몇 년 쭉 역사와 구조를 갖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한완상> 그렇죠.

◇ 정관용> 때문에 우리가 이것을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하는 그래서 한반도가 아플 수밖에 없는. 이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력도 1, 2년 안에 뭔가 된다 이런 조급증보다는 좀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할 텐데. 어떻게 하면 한반도가 아픔을 이길 수 있을까요? 전쟁이 아닌 평화로 갈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 한완상> 이건요. 정말 긴 호흡뿐만 아니라 근본을 볼 줄 아는 어떤 철학적 어떻게 보면 신학적, 사회과학적 통찰력이 필요해요. 그간 우리가 민족을 아프게 했던 것은 지금 얘기한대로 적대적 공생관계를 통해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상대방하고 서로 발악을 했습니다. 저쪽 강경 나오면 이쪽도 우리도 강경 나오고. 상대방의 나쁜 점만을 늘 봐서 상대방을 괴뢰라든지 갖은 사탄이라든지 주적이라든지 이렇게 나쁘게 했잖아요. 이제는 발상을 대전환해서 상대방의 좋은 점을 공적으로 시인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발악의 반대가 말 그대로 말하면 악을 발생시키는 것의 반대는 선을 발생시키는.

◇ 정관용> 발선.

◆ 한완상> 발선이라는 말이 있어야 하는데 제가 국어사전을 찾아보니까 발선이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 민족하고 한국사람 머릿속에는 발선의 발상이 어떻게 아직.

◇ 정관용> 아직 개념화돼 있지 않다?

◆ 한완상> 개념화되지 않았고. 우리 가슴이나 몸에, 우리 토양에 이게 들어와 있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상대방의 장점을 공적으로 시인해 주면서 내 속에 있는 착함과 상대방에 있는 착함 간의 악수가 뜨겁게 빈번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나는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에 이런 말을 자연스럽게 합니다마는 로마서 같은 데 보면 사도 바울이 이렇게 말했거든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원수가 목말라하거든 마시게 하라 그리하면 원수 머리위에 숯불을 얹어놓는 것과 같다. 그러니까 선을 얼게 해놓은. 그걸 풀어 해빙시킨다는 것이죠. 그래서 발선. 발선의 작용을 하게 되는데.

◇ 정관용> 그런 장을 조금씩 조금씩이라도 키워가고 만들어가고 서로의 장점을 공적으로 시인해서 서로 선함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 한완상> 그게 신뢰 프로세스입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 한완상> 그게 바로 신뢰 프로세스거든요.

◇ 정관용> 이 발선이라는 단어, 선생님께서 만드셨는데 이제 국어사전에 올려야 되겠습니다.

◆ 한완상> 이거 국어사전에 올려야 됩니다.

◇ 정관용> 발악만 하지 말고 발선하는 자세로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나가자는 귀한 말씀을 들으면서 오늘 정리하겠습니다.

◆ 한완상> 그거 하나만 보태서 저는 말이죠. 악을 이기는 방법은 악한 방법으로 절대로 못 이깁니다.

◇ 정관용> 그렇죠.

◆ 한완상> 그러니까 예수님이 오래 전에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 이거 진리입니다.

◇ 정관용> 우선 한 사람, 한 사람이 선한 마음부터 가져야 되겠군요.

◆ 한완상> 그것을 서로 발동시키는 일을 해야 하는 거죠.

◇ 정관용>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 함께 만났습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 한완상> 네, 감사합니다.

프로그램 바로가기 bit.ly/15NCERZ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