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삼성전자 근무하다 백혈병, 산업재해 인정"

화학물질에 대한 자료 보존하지 않는 삼성전자의 책임도 있어

법원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생산직 근로자로 일하다 백혈병을 얻어 사망한 노동자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이승택 부장판사)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얻어 숨진 김모씨의 유족 강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숨진 김씨는 지난 1999년 삼성전자 기흥공장 2라인에서 생산직 근로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김씨는 5년여동안 화학물질이 담긴 수조 속에 직접 부품을 일정시간 넣었다가 빼는 일을 반복하는 등 유해 화학물질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작업을 수행했다.

김씨는 결국 2004년 초 퇴사한 뒤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1년여동안 투병하다 지난 2009년 11월 숨졌다.

유족들은 김씨의 병이 공장 내 유해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생긴 것이라면서 산업재해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백혈병의 원인이 현대의학으로도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고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사용자와 근로자 어느 일방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보험을 통해 산업과 전체가 이를 분담케 하는 것이 산업재해보상제도의 목적"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백혈병 발병 경로가 의학적으로 명백하지 않다고 해도 김씨가 공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발암물질 등 유해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병했다고 볼 수 있다"며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삼성전자나 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대 자문단의 작업환경 측정결과는 일상적인 작업과정과 근무기간 전반에 걸친 화학물질 유출 정도에 대한 자료가 아니어서 이러한 측정결과로는 업무관련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봤다.

또 "김씨가 직접 화학물질이 있는 수조에 반도체 원판을 담그는 작업을 반복했고 호흡용 보호구 등을 충분히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미뤄볼때 조사결과보다 많은 양의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히 "발암물질에의 노출여부와 그 정도를 더이상 규명할 수 없게 된 것은 백혈병의 특성과 함께 근무 당시 화학물질에 대한 자료를 보존하지 않는 삼성전자에게도 그 원인이 있다"며 삼성전자의 책임도 강조했다.

앞서 2011년 법원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한 뒤 백혈병을 얻어 숨진 고 황유미 씨와 고 이숙영 씨에 대해 산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으며, 현재 항소심 소송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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