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5부(권택수 부장판사)는 17일 비아그라를 생산하는 미국계 제약회사 화이자(Pfizer)와 한국화이자제약이 한미약품을 상대로 낸 디자인권침해금지 소송에서 한미약품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한미약품에 복제약 '팔팔정'의 생산을 금지하고 보관중인 제품은 폐기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푸른색 알약' 또는 '마름모꼴 알약'은 있었지만 '푸른 마름모꼴 알약'은 없었던 점에 주목했다. 푸른색 마름모꼴 형태가 곧 비아그라의 상징이라는 인식이 널리 굳어졌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비아그라가 형상과 색채를 독창적으로 결합한 특징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며 "한미약품이 화이자와 유사한 형상, 동일한 색채로 된 제품들을 출시해 비아그라가 장기간 구축한 품질보증 기능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미약품이 상표권을 침해하고 부정경쟁행위를 했다는 화이자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
알약에 음각으로 새겨진 문자와 모서리 형태가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점 등을 들어 소비자들이 두 상품을 혼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실제로 화이자가 약사 600명에게 상품 이름이 표시되지 않은 팔팔정을 보여주며 조사했더니 '비아그라가 연상된다'고 답한 약사가 전체의 절반 이상이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5월부터 비아그라를 본뜬 팔팔정을 만들기 시작했다. 화이자는 지난해 10월 "한미약품이 디자인을 부당하게 모방했다"며 소송을 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비아그라의 디자인이 특정 출처의 상품이라는 사실을 연상시킬 정도로 대중에게 알려지지는 않았고 포장도 다르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