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보다 예쁜 꽃미남이 대세인 가운데 그 소년은 까무잡잡한 피부에 중저음의 목소리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바로 올해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감독 장준환)와 tvN 시트콤 '감자별 2013QR3'(이하 감자별)로 누군가의 아역에서 벗어나 주연배우로 우뚝 선 여진구(16)다.
감자별에서는 실제 자신보다 7살이 많은 24살 청년 홍혜성을 연기 중이다. 6살 연상인 하연수와 멜로 관계가 형성될 조짐으로 최근 둘의 진한 키스신이 공개돼 하루 종일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여진구는 최근 노컷뉴스와 만나 "어느 정도는 팬들이 충격에 빠질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고 쑥스러워한 뒤 "부모님께서는 키스신 촬영한다는 말에 우리 진구 다컸네라고 하셨다"며 소년처럼 웃었다.
아직 첫사랑 경험이 없어서 멜로연기를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내심 걱정하는, 소년과 청년의 얼굴을 모두 지닌 여진구를 만났다.
- 20대가 10대를 연기해도 10대가 20대를 연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감자별 제의받고 제가 아무리 노안이라도 24살로 보일지 걱정됐다. 감독님도 같은 고민이었는데 연수 누나와 투샷 찍어보시더니 해맑게 웃으셨다."
- 실제로 보면 10대 같다.
"근데 나이를 모르고 보면 다들 20대로 본다. 보통 21-22살, 적어도 19살로 보더라.(불편하나?) 그냥 덤덤하다."
- 목소리도 한 몫 한다. '화이' 속 다섯 아빠보다 더 남성적인 목소리를 지녔다.
"제가 듣기에는 김윤석 선배가 더 굵은데, 선배는 제가 더 굵다고...(웃음) 아버지 목소리를 닮았다. 변성기 끝나고 완성된 목소리다."
- 누나팬 들의 사랑을 느끼나?
'해를 품은 달'이후 많이 생겼는데, 제 또래도 있지만 2030대 누나가 많더라. 엄청난 '빽'을 둔 느낌이다.(웃음)
- 여심을 뺏은 여진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어떤 팬께서 여진구는 꽃미남보다는 돌미남에 가깝다고 하셨다. 돌처럼 단단하고 선 굵은 느낌. 전 꽃보다 돌과 흙이 아닌가."
- 까무잡잡한 피부 때문에 고민한 적은?
"선크림은 꼭 바르는데, 피부가 맑아지나 밝아지지는 않더라. 저만의 매력으로 받아들인다."
- 2005년 영화 ‘새드무비’로 데뷔했다. 부모님의 권유였나, 본인의 의지였나?
"그때 9살이었는데 제 의지였다. 막연히 나도 TV에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말씀드렸는데 부모님이 한번 해보라고 하셨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 연기를 하다가 재능을 발견했나?
"재능을 타고났다기보다 전 노력파 같다. 작품 들어가기 전에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다. 캐릭터의 주된 성격이나 생각, 감정을 많이 생각한다. 저 혼자 무리다 싶으면 감독님과 얘기한다."
"가장 힘든 것은 과연 화이가 아버지를 대면할 때 어떤 느낌일까. 길러준 사람이니까 싫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안타깝기도 하면서 복수해야 한다는 확고함도 있겠다. 하지만 복수하면서도 후회도 돼고. 단지 복수심과 배신감만으로 연기할 수 없다고 봤다.
- 배우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의 작품이 있다면?
"드라마 '자이언트'에서 이범수 선배님 아역을 할 때 처음으로 감독님과 얘기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잡았다. 너무 재밌고 신선했고,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됐다."
- 해를 품은 달을 통해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던데.
"해품달은 도전이었다. 세자다운 우아한 말투보다 무사에 가까운 톤이 잡혀있더라. 초반에 기존의 톤을 버리고 새로운 톤을 쌓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노력한 만큼 관객들의 반응도 좋아서 기분이 무척 좋았다.
- 부모님의 자녀교육법에 특별한 무엇이 있다면
"어릴 때부터 연기해서 어른들에 대한 예의를 중시했다. 엄격하게 하셨다. 또 많은 분들이 칭찬해주니까 부모님께서는 악역을 맡아서 채찍이 될 만한 얘기를 많이 해주신다. 고칠 점을 많이 얘기해준다.
- 화이는 아직도 못 봤나?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
"(청소년관람불가등급이라) 아직도 못 봤다. 너무 궁금하다. 부모님께서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좋은 감독, 선배님 덕분에 네가 살았다고 하셨다."
"말로 배웠다기보다는, 연기를 같이 하면서 많이 배웠다. 아빠들의 몰입력, 상황 대처능력, 그리고 상대 배우인 저를 끌어주는 리더십은 정말 배우고 싶다."
- 촬영 후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고?
"전 연기라고 생각해서 아무렇지 않았는데, 주변에서 저도 모르게 상처받았을지 모른다고 걱정하면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했다. 의사선생님께서 왜 왔냐고, 너무 건강하다고 했다."
- 요즘 ‘범죄소년’ ‘뫼비우스’의 서영주와 함께 충무로가 주목하는 10대 배우로 부상했다
"서영주 씨에 대한 소문은 들었다. 연기 잘하고 착하다고. 사진을 봤는데 매력 있더라.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에 오묘한 분위기를 느꼈다. '뫼비우스' 포스터보고 나이답지 않은 얼굴에 깜짝 놀랐다."
- 롤 모델이 있다면
"이병헌, 하정우 선배와 '화이'를 같이 하면서 다섯 아빠가 롤모델이 됐다. 이병헌 선배는 '광해'보고 많이 놀랐다. 1인 2역이 아닌 1인 3역처럼 보였다. 하정우 선배는 '추격자'를 볼 나이가 아닌데 몇 달 전에 못 참고 봤다. 정말 나쁜 캐릭터인데, (도덕적으로는) 느끼면 안 되는 매력을 느꼈다. 진짜 실재한 사람처럼 다가왔다. 멋있었다."
- 해보고 싶은 역할은?
"‘다크 나이트’의 조커 역할? 한번쯤 그렇게 광기에 사로잡힌 역할을 해보고 싶다. 다만 히스 레저가 너무 잘하고 가셔서..."
- 멜로 연기는?
"해보고 싶으나, 아직 첫사랑 경험이 없어서 불안하다. (감자별에서 하연수와 관계가 발전하지 않나?)감독님이 얘기를 안 해주셔서 아직은 모르겠다. "
- 데뷔 8년 만에 주연배우로 우뚝 섰다.
"작년이 여진구를 소개한 해라면 올해는 여진구의 좀 더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 해 같다. 화이로 센 감정의 액션 연기를 보여줬다면 감자별로 정극에서 벗어나 가볍고 순발력이 필요한 생활 연기를 보여줬다. 뜻 깊은 한해다."
- 일과 학업을 병행 중인데 학교 생활은 어떤가?
"친구들과 잘 지낸다. 운동도 잘하고, 장난치는 것도 좋아해서 친구 사귀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 친구들이 배우인 친구를 부러워하겠다.
"옛날에는 수업 빼먹는 것을 부러워했는데, 요즘은 진로가 결정된 것을 부러워한다. 예쁜 연기자 누나들 만나는 거 부러워할 줄 알았는데 그보다 진로문제를 더 부러워하더라."
- 어른스런 배우로 비치는데 여진구의 소년 같은 모습을 공개한다면
"평상 시 장난치는 모습 보면 애 같다고 느낄 것이다. 화이 촬영할 때는 아빠들이 현장에서 졸고 있는 저를 보며 네가 애구나 하시더라. 좋아하는 걸그룹? 전 걸그룹보다 빅뱅을 좋아한다. 빅뱅 형들과 친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