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향해 고개 숙였던 이천수, '악어의 눈물'이었나

계속된 기행에 축구계 '삼진아웃' 위기

이천수는 지난 2월 고향팀 인천에 입단하며 "경기장 안팎에서 후배들에게 인정받는 선배가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8개월만에 폭행사건에 휘말리며 위기를 맞았다 . 송은석기자
거듭된 이천수(32.인천)의 좌충우돌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16일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소속 선수 이천수를 폭행과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 14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술집에서 다른 손님 김모(29) 씨를 때리고 김 씨의 휴대전화를 파손한 혐의다.

올 시즌 우여곡절 끝에 K리그에서 선수생활을 다시 하게 된 이천수는 결혼과 득녀로 새로운 인생을 사는 듯 했지만 다시 한번 그는 스스로 진흙탕으로 향했다. 축구와 관계 없이 개인적인 사고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당사자가 이천수라는 점에서 단순히 넘길 수 없는 모습이다.

이천수는 2002년 K리그에 데뷔해 스페인 무대까지 진출하는 등 그라운드 안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천재였다. 하지만 2007년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서 여주인을 폭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하면서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라운드 안의 ‘악동’이 그라운드 밖에서도 ‘악동’이 되어 버렸다.


2007년 페예노르트(네덜란드) 이적 후 적응 실패로 1년만에 수원으로 임대됐지만 코치진과 불화를 일으켜 임의탈퇴됐다. 이후 전남으로 팀을 옮겼지만 이번에도 코칭스태프와 주먹다툼까지 벌이는 갈등으로 두 번째 임의탈퇴를 당했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에서 활약했던 이천수는 지난 2월 인천의 유니폼을 입으며 고향팀에서 선수 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복귀 당시 “경기장 안팎에서 후배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면서 “그동안 나를 믿어준 분들이 있어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그들을 위해서라고 꼭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 다짐은 결국 8개월을 넘지 못했다. 자신을 믿고 보듬어 준 축구계 선 후배들과 팬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던 그의 모습은 ‘악어의 눈물’이 되고 말았다.

김봉길 인천 감독은 17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끝까지 천수를 믿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천수도 전화를 해서 죄송하다고 이야기했다”면서 “아직 구단에서 입장정리가 안 된 상황이라 나도 답답할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정민 인천 선수지원팀장도 “경찰 조사 결과는 나왔지만 아직 구단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는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구단도 신중한 입장이다. 알아봐야 할 사안들이 남아있다. 급하게 결정을 하다 보면 여론에 휘둘릴 수도 있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인천 구단은 “이천수가 구단의 명예를 실추한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제재를 가할 것이다. 하지만 선수는 구단의 자산인 만큼 보호해야 한다. 내칠 수는 없다.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우선이다. 징계는 그 이후에 논의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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