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비판 기사에 교수가 "1면에 대체기획 대신 광고를 내라" 요구
17일 성균관대와 학보사에 따르면 지난 14일 발행 예정이던 성대신문 제1552호가 김통원(56·사회복지학과) 주간교수의 '결호(缺號) 선언'으로 발행되지 못했다.
성대신문 기자들은 애초 1∼2면에 15매 분량으로 다루려던 내용이 기사화하기 부적절하다고 지난 10일 판단, 해당 사안을 폐기했다.
이후 기자들은 해당 지면을 채울 대체기획을 이틀간 준비한 끝에 조판 당일인 지난 12일 주간 교수에게 제출했다.
당시 기자들이 확정한 대체기획의 내용은 2가지로, 학내 동아리인 노동문제연구회가 삼성노조 문제를 주제로 열려던 간담회 장소를 학교가 일방적으로 폐쇄한 사건을 다루려 했다.
또 흡연 때문에 교수들이 피해를 본다는 이유로 학내 호암관에 있던 학생 휴식공간을 학교가 일방적으로 없앤 사건도 함께 다루기로 했다.
그러나 주간교수는 "조판 당일 새로운 기획을 논의하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 신문의 질보다도 회의에서 통과된 기획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체기획이 아닌 광고로 지면을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기자들은 신문 1∼2면을 광고로 채울 수 없다고 판단, 주간교수와 14시간에 걸쳐 회의하며 대체기획 내용을 살펴보고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주간교수는 노동문제연구회 간담회 행사장 폐쇄 기사와 관련해 "학교 측에 너무 불리하게 쓴 것 아니냐"고 말할 뿐, 회의장을 10여 차례 나갔다 들어오는 등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게 학생들의 주장이다.
결국 주간교수는 "신문을 발행하지 않겠다.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말한 뒤 학생들의 동의 없이 회의장을 빠져나갔다는 것.
주간교수는 다음날 오전 편집장과 논의 없이 신문인쇄를 담당하는 중앙일보에 신문발행이 어렵다고 일방적으로 통보, 성대신문 1552호는 결국 발행되지 못했다.
◈ 학생 기자들 "이미 1520호 결호된 적 있어…편집권 독립성 보장하라" 요구
기자들은 "취재 약속이 불발되거나 시의성 있는 소재가 갑자기 등장할 수 있는 신문의 특성상 조판 때 기사가 바뀌는 경우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고, 주간교수가 내세운 '원칙'을 명문화한 규정도 없다"며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또 "중앙일보 관계자가 편집장과의 통화에서 신문 발간 작업을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이에 기자들은 지난 16일 '성대신문 기자단의 요구사항'을 발표하고 "주간교수는 본지 1552호에 대한 결호를 선언함으로써 신문 발행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편집인의 책임을 져버렸다"며 "1552호 결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주간교수가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주간교수는 앞서 지난해 3월 5일 발행 예정이었던 1520호를 결호시킨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약속했으나 이행하지 않았다"며 "당시 기자단은 주간교수에 대해 불신임 선언을 했으나, 현재 학교는 주간교수를 연임시킨 상태이며 주간교수 역시 이를 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학교 측 관계자는 "수요일에 편집기획서를 받고 준비하는데 토요일 낮 12시에야 기획안을 제출해 시간이 촉박했다"며 "주간교수가 기사 내용을 파악할 시간도 부족해 다음 호에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주간교수가 '2면이나 할애할 기사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고 한다"며 "편집인으로서 주간교수가 학내부속기관인 성대신문을 책임지는 기관장인데 그분의 판단을 뭐라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자들은 "1520호 결호 이후의 파업 사태를 마무리하며 작성한 서약서에는 '객관적이지 못한 이유로 사안 자체를 다루지 못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며 "성대 언론사 규정을 편집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총장에게 귀속된 배포 여부 결정권(배포권)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