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감사원이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론과 함께 사법처리가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했다고 밝히면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감사원은 왜 'MB 책임론'을 공개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MB책임론'을 처음 거론한 것인가?
=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해서 책임이 있다고 한 것은 처음이지만 이미 지난 7월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했다.
감사원 김영호 사무총장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4대강을 대운하로 추진한 것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민주당 이춘석 의원의 질문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김영호 사무총장은 또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3차 감사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를 검토했는지 묻는 이춘석 의원의 질문에 "검토했다"며 그렇지만 "사법처리 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냈다"고 답변했다.
김 사무총장의 답변 중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는 부분과 사법처리를 검토했다는 답변이 논란이 된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여부 검토는 이미 지난 7월 10일 감사원의 4대강 사업에 대한 3차 감사결과 발표 때 언급이 됐다. 당시 최재해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사법적 책임자를 나름 검토해 봤지만 업무상 배임이나 직권남용 쪽으로 가기는 어렵지 않나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사법적 책임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칭한 것이다.
= 전직 대통령이 재임 중 최고의 업적으로 꼽고 있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감사원이 법적인 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했다는 자체가 뉴스가 되는 건 틀림없다.
김영호 사무총장은 답변에서 "4대강 사업의 규모가 점점 커진 부분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와 지침이 요소가 됐다. 대통령의 지시가 직권남용과 배임에 해당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며 "5월쯤 행정적.법률적 책임에 대해 실무자와 변호사들이 검토를 했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새누리당이 보이는 반응처럼 대단한 일이거나 놀랄 일은 아닌 것 같다.
감사원 김영호 사무총장의 발언을 아무리 따져 봐도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지를 검토했지만 해보니 대상이 되지 않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김 사무총장의 발언의 방점은 감사원이 변호사들을 통해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지를 알아봤지만 직권남용이나 배임죄 적용이 안 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데 있다.
민주당에서는 "4대강 사업을 대운하 추진을 위해 준설량을 늘리고 보를 추가로 건설하고 국가예산을 더 많이 쓰게 한 것이 결국 국가와 국민에게 손해를 입히고 건설업체에 이득을 준 것"이라며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감사원은 이와는 다른 결론을 내린 것이다.
김영호 사무총장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야당이나 시민단체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법적인 책임을 거론하니까 감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를 검토했지만 사법처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감사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에 대한 감사과정에서의 통상적인 행정적.형사적 책임 여부를 일반적으로 검토했다는 취지"라며 "이 전 대통령을 특정해 책임 여부를 검토했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왜 새누리당에서는 감사원을 성토하는 것이냐?
= 새누리당이 문제를 삼는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지를 검토했다"는 발언이다. 감사원이 감히 전직 대통령의 치적에 대해 책임을 거론하면서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지를 검토했다는 자체가 불쾌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사법처리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과는 관계없이 감사원이 왜 전직 대통령의 사법처리 여부를 검토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이건 있을 수 없는 얘기야. 어떻게 비선출 권력이 선출 권력을 감시하나? 직무감찰 사업에도 통치행위 주요 정책사항에 대해서는 감사하지 말라고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통치행위'니 '통치자금'이니 하는 얘기는 유신이나 5공 때 군사독재시절 종종 듣던 얘기다. 대통령이 하는 일은 치외법권인 것처럼 여기는 발언이다. 감사원이 감사를 하면서 대통령의 지시로 4대강 사업이 사실상 대운하 사업으로 변질됐고 그 과정에서 국가예산이 낭비됐다면 당연히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사법처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린 부분을 따져야 하는 것일 텐데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지를 검토했다는 부분만 문제 삼아 새누리당이 난리를 치고 있는 것이다. 감히 감사원이 전직 대통령에 대해 책임 운운하면서 사법처리 여부를 검토하느냐 하는 것이 새누리당의 시각이다.
국정감사장에서도 김영호 사무총장이 이춘석 의원의 질문에 답변할 때는 새누리당에서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런데 언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사법처리 여부를 검토했다는 부분을 보도하자 이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권성동 의원은 "오늘 사무총장이 감사원장보다 더 큰 자리 앉아 있는 것 같아", "실세라고 소문나더니 자기 한참 선배도 무시하고, "사무총장 경고하는데 경거망동하지 마세요" 라는 등등의 원색적인 공격을 퍼붓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은 "감사원이 그렇게 해도 되나?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일정 책임 있다고 생각한다' 대단히 건방진 얘기죠. 법적인 책임 아니고, 수심 깊어진 것에 대해 책임 있다. 건방진 얘기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도 감사원 비판에 가세하면서 김영호 사무총장을 집중 성토했다.
정의화 의원은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 중진 연석회의 비공개 부분에서 "정권에 맞춰서 감사원이 이런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고, 한 중진 의원은 "김 사무총장이 유도 질문에 걸려들었다면 머리가 나쁜 것이고, 일부러 그랬다면 정권이 바뀌니까 그런 것 아니냐"면서 "법적 책임을 따지면 몰라도 전직 대통령에 대해 도의적 책임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 앞서 언급을 했지만 감사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책임론을 처음 거론한 게 아니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3차에 걸쳐 감사를 했는데 1차 감사에서는 사업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2차와 3차에서는 문제가 있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지난 7월 10일 3차 감사결과 발표에서는 "4대강 사업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고, 이로 인해 사실상 건설사들의 담합을 방조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책임을 본격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최재해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법적 책임자를 나름 검토해 봤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으면서 크게 논란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감사원의 이런 언급은 박근혜정부가 이명박정부와의 선긋기에 나섰다는 평가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감사원이 3차 감사결과를 발표한 7월 10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사실이라면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큰일이라고 본다"면서 "이것은 국민을 속인 것이다. 전모를 확실히 밝히고 진상을 정확히 알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7월 1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감사원의 감사결과와 관련해 "앞으로 소상하게 밝혀서 의혹이 해소되도록 하고 필요한 후속조치와 대책을 추진해 주기 바란다"며, "또 무리하게 추진돼서 국민 혈세가 들어간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을 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청와대와 교감아래 이뤄졌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흐름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론이나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지를 검토했다는 답변이 나오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감사원이 국정감사 답변이긴 하지만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법적인 책임을 공개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책임 및 처벌' 논란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환경단체에서는 조만간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환경단체들로 구성된 4대강조사위원회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는 오는 22일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한 4대강사업 추진세력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국민 고발장을 검찰에 접수할 예정이다.
= 그런 문제 제기는 역대 정권에서 그런 일이 계속 벌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과 이주영 의원도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지난 정권에 대한 감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권성동 의원은 "감사원이 정권 바뀔 때마다 율곡비리사업부터 김대중 정부 말기에 대북송금 사건, 노무현 정부 초기에는 공정위 특감, 이명박 정부 초기에는 남북경협기금 특감, 등등을 해서 사업 집행 과정에서 비리가 있거나 예산낭비가 있거나 담합이 있거나 이런 것을 개별 차원에서 감사할 수 있지만 정책이 수립이 잘됐느냐는 (감사는)월권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해석은 두고두고 앞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은 "오늘(지난 15일) 국감하면서 마음 착잡하다. 제가 이명박 대통령과 깊은 인연 없지만, 대통령이 여기 벌어지는 걸 방송으로 보면 억장 무너지겠구나 하는 생각 들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만 그만두면 다 그렇게 하는 건지"라면서 "아무리 전임 대통령이지만, 살아있는 권력일 때는 이렇게 나오고, 힘 빠지면 요 정도까지 갔다가, 권력 죽으면 이쪽으로 가고. 이런 결과에 대해서 어느 국민이 납득하고, 어느 국민이 감사원 존경하겠나?"라고 감사원을 질책하기도 했다.
역대 정권을 봐도 그렇다.
전두환 정권은 '정의사회구현'이라는 명목으로 박정희 정권에서의 부정부패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노태우 정부에서는 친구이자 쿠데타 동지이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백담사로 유배 보내고 그 동생들을 사법처리했다. 김영삼 정부에서는 전. 노 비자금과 12.12, 5.18 사건 수사를 통해 전직 대통령들을 단죄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PCS사업 비리를 비롯해 IMF를 초래한 김영삼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노무현 정부에서는 여소야대 정국이기도 했지만 대북송금 특검으로,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수사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지만 감사원이나 검찰이나 전 정권에 대한 감사나 수사는 어쩔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특수수사에 정통한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전임 정부에서 특혜를 받은 기업이나 권력의 중심에 있는 실세들에게 로비나 청탁이 몰릴 수밖에 없고 정권이 바뀌면 그런 사실이
알려지기 때문에 수사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용락 감사원장 대행도 국정감사 답변에서 "감사원이 전 정권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감사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