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관중들의 환호는 바로 준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홍상삼의 투구 때문이었다.
홍상삼은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무려 3개의 폭투를 범했다. 포스트시즌 한 이닝 최다 폭투였다. 특히 4번 타자 박병호를 거르는 상황에서도 포수가 잡지 못하는 공을 던지는 등 최악의 투구를 했다.
사실상 야유에도 홍상삼은 흔들리지 않았다. 손주인을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7회를 마쳤고, 8~9회는 삼자범퇴였다. 선발 노경은에게 마운드를 이어 받아 3이닝 세이브를 기록했다. 3-2로 앞선 상황에서 LG의 추격을 뿌리치는 위력적인 투구였다. MVP로 노경은이 선정됐지만 사실상 홍상삼도 MVP급 활약을 펼쳤다.
홍상삼은 16일 플레이오프 1차전이 끝난 뒤 "크게 긴장하지 않고 내 볼만 던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내 볼을 못 던졌다"면서 "그런데 자신은 있었다. LG전에 좀 좋았기 때문"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라이벌 LG 관중들의 환호에도 덤덤했다. 넥센전 폭투 역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홍상삼은 "들렸는데 괜찮았다. 예상했던 결과다. 시즌 중에도 그랬던 것 같다. 자극은 별로 안 된다. 롯데 응원에서 '마'라고 하는 것과 같이 재미있게 받아들인다"면서 "넥센전 폭투로 잘 던진 것도 묻힌 것 같다. 넥센전에서 삼진도 잡고 다 했는데 그 한 방이 너무 컸는지 다 묻혔다"고 말했다.
홍상삼은 김진욱 감독이 꼽은 플레이오프 키플레이어다. 김진욱 감독은 "넥센전에서 변진수였다면 LG전에서는 홍상삼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구는 흔들리지만 구위가 워낙 좋기 때문이다. 김진욱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가서 홍상삼에게 한 말도 구위에 대한 얘기였다. 덕분에 흔들리던 홍상삼도 안정을 찾았다. 김진욱 감독은 "스트라이크 던지는 투수가 아니지 않냐. 구위 자체가 좋으니까 구위로 던지라고 했다"면서 "구위가 너무 좋았다. 홍상삼을 그대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끝까지 맡겼다"고 설명했다.
노경은 역시 "상삼이가 블론도 몇 번하고, 안 좋아도 올라오면 든든하다. 제구가 안 되더라도 구위가 좋다"면서 "한동안 안 좋아 쉬어야 하지 않냐는 얘기가 나왔을 때도 정명원 코치님이 '상삼이보다 구위 좋은 선수가 누가 있냐'고 하셨다. 상삼이는 항상 막을 것 같다. 포크볼이 너무 치기 힘들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투도 문제 없다. 포스트시즌 특성상 불펜진의 연투가 필요한 상황. 33개의 공을 던지고도 연투에 대한 질문에 "그럼요"라고 아무렇지 않게 답하는 홍상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