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는 김현수(두산)에게 좋지 않은 기억이 됐다. 15타수 1안타에 그치면서 '가을야구의 악몽'이 떠올랐다. 하지만 김현수는 굳이 핑계를 대지 않았다. 팀이 이긴다면 개인의 부진은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김현수는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준플레이오프는 지나간 일이다. 팀이 이기니까 내 부진은 다 묻혔다"고 말했다.
사실 김현수는 발목 부상을 안고 뛰는 상황이다. 오른쪽 발목에 뼛조각이 돌아다녀 항상 고통을 느끼면서 경기에 나서고 있다. 시즌 중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수술을 다시 생각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긴장으로 가득한 준플레이오프를 치른 탓에 피로가 쌓인 탓이다.
하지만 김현수는 부상을 핑계로 삼지 않았다. 김현수는 "부상 때문에 못 쳤다고 하면 핑계다. 시즌 중에도 아픈 상태에서 쳐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욕심도 버렸다. 개인 기록보다 팀 승리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김현수는 "중요한 것은 아픈 것이 아니라 시리즈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다"라면서 "잘 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분위기만 다운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타를 못 치더라도 주루사, 병살타, 실책은 하지 않겠다는 다부진 각오였다.
비록 개인 성적은 나쁘지만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한 만큼 여유는 있었다. 김현수는 "삼성 최형우형이 준 방망이가 다 떨어져서 혼이 나간 것 같다"면서 "아무래도 방망이를 받으러 가야겠다"고 멋쩍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