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정부 체육기관에서 스포츠 행정가로 일한 세 사람은 한국에 오면서 전 직장에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비스베예브는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 시청 산하 올림픽준비센터에서 매니저 겸 태권도 코치로 일했다. 태권도 국가대표로 활약한 그는 3년간 주 카자흐스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해 한국어가 유창하다. 메이자는 콜롬비아 체육부에서 청소년 스포츠 개발 관련 프로젝트(‘수피라떼’)를 수행했고, 무엥메이통은 태국 체육부 엘리트스포츠 담당 부서에서 일했다.
직장을 그만두는데 망설임은 없었을까. 셋은 직장을 잃는 두려움 보다 “아시아 최고 대학 중 하나인 서울대에서 공부하는 설레임이 컸다”고 입을 모은다. 무엥메이통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해서 망설였지만 부모님과 직장 상사가 한국행을 적극 권했다”고 했다. 본인은 대학원에서 체육교육학을 전공했고, 아버지는 배구 심판으로 활약했다. 틈날 때마다 장애인보치아협회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등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비스베예브는 “태권도를 수련한 덕분에 일찌감치 한국에 매료된” 경우. “2006년에 1년 정도 한국에 머물렀죠. 그때 경희대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면서 리라고등학교 태권도부 학생들과 함께 운동했어요.” 메이자는 “한국사회 발전에 스포츠의 역할이 컸다. 그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주5일 수업인데다 1주일 단위로 강의 주제와 교수가 바뀐다. 개인 및 그룹 발표가 많아 수업 준비과정도 만만찮다. 하지만 “서로 도우며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는 게 재밌고”(무엥메이통) “평소 좋아하던 주제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메이자)고 즐거운 표정이다. 다만 “전액 장학금을 받는 만큼 주변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에 어깨가 무겁다. 18명의 개도국 학생은 2년간 등록금, 항공료, 체재비 일체를 지원받는다.
비스베예브는 “스포츠 이벤트 유치, 마케팅, 조직에 관심이 많다”고 했고, 메이자는 “스포츠 정책”, 무엥메이통은 “스포츠 법과 협상” 수업이 가장 기다려진다. 그 이유는 뭘까. “자국의 스포츠 개발 정책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확인할 수 있잖아요.”(메이자) “2012년 런던 올림픽 복싱 8강전에서 자국 선수가 심판의 부당한 판정으로 졌어요. ‘결과가 나온 후 30분 이내에 한 차례 이의 제기가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는 줄 몰라서 항의조차 못했죠. 또 다시 억울한 일을 당하고 싶지 않아요."(무엥메이통)
빡빡한 수업 일정이지만 이들은 한국어 배우기에 열심이다. “하나, 둘, 셋. 안녕하세요. 저는 콜롬비아 사람이에요. 감사합니다.” 왕초보 메이자의 한국어 발음이 제법 그럴싸하다. 한국어 수업은 1학기에만 진행되지만 “기회가 되면 계속 받을 생각”이다. 비스베예브는 스포츠 관람도 즐긴다. “프로야구, 축구 A매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모두 경기장에서 봤어요.” ‘좋아하는 한국선수가 있느냐’고 묻자 “차두리, 문대성, 김연아, 박지성, 박태환” 등 스포츠스타 이름을 줄줄이 댄다.
‘드림 투게더 마스터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2015년에 서울대학교 스포츠 매니지먼트 석사 학위를 받는다. 이들은 공부를 마치면 조국으로 돌아가 학교에서 습득한 지식을 스포츠 행정 현장에 접목하길 원한다. 비스베예브는 “카자흐스탄 스포츠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 마케팅과 조직 전문가는 없는 실정이다. 이 분야 전문가가 되어 체육부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메이자는 “사회개발과 복지가 주요현안인 중남미에서 스포츠는 사회 혁신에 유용한 도구다. 친근하고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예전 직장에 다시 지원해서 스포츠를 통한 사회개발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했다. 무엥메이통은 “나를 필요로 하는 스포츠기관에서 스포츠 법과 협상 업무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