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더듬, 습관 아닌 질병"

프라나이비인후과 안철민 원장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살아간다. '나는 말한다. 고로 존재한다'고나 할까. 그런데 말을 잘 못해 타인과의 소통이 가로 막히고 일상생활에서 커다란 불편을 겪는 이들이 있다. 말을 더듬는 사람들이다. 아카데미영화제 수상작인 영국영화 '킹스 스피치(King's Speech)'는 현 영국의 엘리자베드 2세의 부친인 조지6세의 지독한 말더듬과 각고의 노력으로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내 관심을 끌었다. 의학적으로 '유창성장애'라고 하는 말더듬의 치료법에 대해 프라나이비인후과 안철민 원장에게 물었다.


-말더듬은 어떤 병인가.
"근본적으로는 말을 배우는 과정에서, 뇌의 조절 기능 이상으로 생겨나는 질환이다. 말더듬이 생겨나더라도 대부분은 좋아지지만 5% 정도는 평생간다. 말더듬은 병임에도 사람들은 병이라고 인식하지 못한다. 심리적으로 마음이 약해져서 생기는 것이라고 착각을 한다, 저절로 좋아질 것이라고 착각을 한다."

-말더듬증의 양상은 어떤가
"말이 막히거나 반복되면서 더듬게 된다. 말이라는 것은 목소리부터 만들어야 하는 것인데, 목소리 만들기를 두 번, 세 번 반복하는 것이다. '아' 소리를 '아아아' 하는 식이다."

-말더듬이 신체의 구조 이상 탓이라기 보다는 발성과 언어 습관의 문제라는 뜻인가.
"그런 것들이 같이 가는 것이다. 뇌에서 조절을 못하다 보니까 발성과 호흡 기능이 떨어지게 되고 치료가 더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목소리를 내는 후두 등의 구조적 이상과 함께 발성훈련을 통한 언어재활과 심리치료 등을 병행하면 치료가 훨씬 더 효율적이다."

-치료법에 대해 말해달라.
"크게 유창성완성치료와 말더듬수정치료의 두 가지다. 유창성완성치료는 호흡이나 발성 분석을 통해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말더듬수정치료는 더듬고 막히는 것을 좀더 자연스럽게 만드는 과정이다. 스트레스 등이 원인인 경우 약물을 쓰기도 한다."


-약물치료에 쓰이는 약은 어떤 것들인가.
"신경안정제 또는 근육을 풀어주는 약 등을 쓴다. 발성 시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되는 경우 보톡스 주사를 놓으면 긴장이 덜해지기도 한다."

-유창성 장애란 뭔가.
"말을 유창하게 못한다고 해서 유창성장애라고 하고, 그 안에 증상으로 두세 번 말을 더듬는 것, 말이 막히는 것, 말이 안 나오니까 다른 말로 바꿔 에두리기하는 것, 스트레스 탓으로 말하는 것을 회피하는 것, 말을 주절거리는 것, 말 속도가 빨라지는 것 등 증상은 다양한 갈래다."

-말더듬 치료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뭔가.
"호흡과 발성 쪽이다. 소리를 잘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목소리가 좋기 때문에, 신체 기능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치료기간은 얼마나 되나.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다."

- 치료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뭔가.
"열심히 치료를 했는데도 환자가 부정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경우다. 말더듬 환자가 그런 게 심하다. 왜냐하면 치료를 제대로 받을 데가 없어 혼자 고민하고 이곳 저곳 기웃기리다가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아서다. 치료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 보니 막상 치료를 시작하더라도 반신반의한다."

-의사를 믿고 따르는 것이 중요할 것같다.
"그렇다. 치료 과정의 하나로 환자 자신의 증상 직접 느끼도록 하는 것이 있다. 그런데 이걸 잘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소아환자의 부모가 그런 경우가 잦다. 발달 장애 탓으로 어릴 때 재활치료를 하면 상태가 많이 좋아지는데, '멀쩡한 아이를 갖고 왜 그러나? 놔두면 괜찮아진다'면서 치료를 가로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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