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의 승리를 이끈 선수는 최고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도, 1억 4700만 달러의 사나이 잭 그레인키도 아니었다. 다름아닌 메이저리그 신인 류현진(26)이었다.
류현진은 3차전에서 7이닝 동안 4탈삼진 3피안타 1볼넷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1차전 선발 그레인키도 8이닝 10탈삼진 2실점, 2차전 커쇼도 6이닝 1실점(비자책) 호투했지만 승리를 가져다 주지는 못했다. "완봉을 해야 이길 수 있다"는 LA 타임스의 지적처럼 타선이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더 주의깊게 봐야 할 부분은 사이영상 출신인 두 투수도 실점했다는 점이다. 양 팀 모두 최고의 집중력으로 맞붙는 포스트시즌에서 무실점 투구를 펼치기는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류현진의 호투가 더욱 빛나는 이유다.
▲류현진, 기대 이상의 활약에 다저스 고무
무엇보다 베테랑이 아닌 신인이 시리즈에서 팀의 첫 승을 책임진 부분이 고무적이다. 팀 전체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커쇼나 그레인키의 승리는 워낙 대단한 투수들이기에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다. 때문에 두 투수를 내고도 패배를 안은 다저스의 충격이 더욱 큰 것이다.
그러나 류현진의 승리는 반신반의했던 가운데 이뤄졌다. 더욱이 류현진은 지난 7일 애틀랜타와 NL 디비전 시리즈(DS) 3차전에서 3이닝 4실점으로 부진, 가을야구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던 상황이었다.
여기에 상대 에이스 애덤 웨인라이트와 맞대결에서 거둔 승리였다.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를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여세를 몰아 다저스는 이후 그레인키-커쇼의 등판 때 대반전을 도모할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류현진의 활약에 기존 터줏대감 커쇼와 베테랑 그레인키, 리키 놀라스코도 신선한 자극을 받고 더욱 분발할 수 있다.
▲STL도 와카 등 신인 활약에 탄력
겁없는 신인이 펼친 뜻밖의 호투가 팀 사기를 북돋워주는 사례는 바로 세인트루이스에서 찾을 수 있다. 피츠버그와 NLDS에서 세인트루이스는 1승2패로 몰렸지만 4차전에서 신인 마이클 와카가 7⅓이닝 9탈삼진 1실점 역투로 승리를 따내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다.
와카는 다저스와 NLCS 2차전에서도 최강 커쇼와 맞붙어 대담한 투구로 맞섰다. 6⅔이닝 8탈삼진 5피안타 무실점 역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세인트루이스는 1차전에서도 빅리그 2년 차 조 켈리가 6이닝 5탈삼진 6피안타 2실점으로 그레인키와 대등한 대결로 팀 승리를 뒷받침했다.
이런 가운데 다저스도 신인 류현진이 귀중한 팀의 승리를 가져다 준 것이다. 류현진이 보인 기대 이상의 활약에 다저스도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자칫 세인트루이스에 완전히 내줄 뻔한 분위기를 단숨에 찾아온 것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팀을 구해낸 루키 류현진. 과연 다저스가 여세를 몰아 시리즈에서 대반전을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