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솜방망이 처벌' 알고보니…깎아주기 남발 때문

깎아준 과징금이 부과한 과징금 보다 많아

MB정부 5년동안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위 고시에 어긋나거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과징금을 5조원이나 깎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김기식 의원이 15일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2008년 이후 과징금 부과현황을 분석한 결과, MB정권 5년간 공정위가 공정거래관련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의 과징금 기본산정 총액은 8조 6,824억원이었다.

하지만 1차~2차 감면을 거쳐 최종 부과된 과징금은 3조 6,050억원이었다. 공정위가 기본과징금을 기준으로 5조 770억원이나 깎아준 것으로 감경율이 58.5%나 된다.

과징금 1차 조정단계에서는 1.1%, 2차 단계에서는 11.2%를 감경한 반면, 최종 부과단계에서 52.7%나 감경해 공정위가 자의적 기준을 남발해 과징금을 깎아주고 있음이 증명된 것이라고 김기식 의원은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감경율이 더 높아졌다. 박근혜정부 출범이후 9월12일까지 공정위가 부과한 기본산정과징금은 6,269억원, 그러나 최종 부과된 과징금은 1,985억원으로 4,283억원을 깎아줘 감경율이 68.3%였다.

김기식 의원실이 2012년 과징금이 부과된 83건 268개 업체에 대한 의결서를 분석해보니, 2차 조정단계에서 조사협력 사유로 24건 118개사, 자진시정으로 19건 63개사가 감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징금 감면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부과과징금 결정(3차 조정)단계에서는 위반사업자의 현실적 부담능력 사유로 52건 93개사, 시장 및 경제여건, 사업여건 변동으로 20건 114개사가 과징금을 감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공정위의 과징금 면제는 다수가 공정위의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를 어기거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김기식 의원의 지적이다.

김 의원은 한전 발주 전력선 구매입찰 참가 35개 전선 제조사의 부당한 공동행위와 관련해 3개 업체에 대해 기업회생절차 진행과 부채과다 등의 이유로 과징금을 전액 면제해줬지만 이는 명확한 판단근거가 없는 자의적 감경이라고 지적했다.

또 공정위는 ㈜케이티와 에스케이텔레콤㈜의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며 최종단계에서 추가로 각 50%, 10% 감경해줬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가 '타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받았다'며 감면해준 것은 대기업 봐주기라고 비판했다.

고시내용을 위반한 사례로는 울산대학교병원 의약품 구매입찰 참가 7개 의약품도매상의 부당한 공동행위와 관련, 정부시책에 의한 감경은 2차 조정단계 감경사유지만, 매출액 감소가 예상된다며 3차에서 50%감경해준 사례도 있다.

김 기식 의원은 "공정위가 감경해 준 과징금이 최종 부과한 과징금보다 많다"며 "이는 공정위가 엄정한 법 집행보다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 왔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공정위는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따라 3단계로 과징금을 산정하는데, 단계별 과징금 감경사유는 1차 조정은 위반 기간과 횟수, 2차 조정은 조사협조, 자진시정, 단순과실, 정부시책 부응, 관행 등을 반영한다. 3차 감경은 위반사업자의 현실적 부담능력, 위반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 시장이나 경제여건에 비추어 2차 조정이 과중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로 2차 조정금액의 50%까지 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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