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카미 시로 변호사는 14일 도쿄의 니혼바시(日本橋) 공회당에서 열린 '7월10일 서울고법·7월30일 부산고법 판결을 생각하는 심포지엄'에서 작년 2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나치 피해 배상 판결 등을 실례로 들며 한국 사법부의 판단이 돌출적이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가와카미 변호사는 이탈리아의 나치 강제노동 및 학살 피해자들이 독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탈리아 법원이 배상 및 집행 판결을 내렸다고 소개했다.
또 이 판결이 부당하다는 독일 측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ICJ 재판에서 재판관 3명이 '반(反) 인도적 범죄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국가간 합의에 의해 포기될 수 없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가와카미 변호사는 국제법에 위반되는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개인의 법적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 소수의견을 낸 재판관들의 기본 입장이었다고 소개하고, 피해자의 인권을 중시하는 국제사법계의 흐름에 비춰 한국 법원의 판결은 특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가와카미 변호사는 또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법적 책임이 종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은 "기만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의 배상청구 소송에 대한 일본최고재판소(대법원)의 2007년 판결문은 중일공동성명에 따라 개인이 법정에서 배상금을 받아낼 권리는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른바 '실체적 청구권'으로 부르는 개인의 권리 자체가 소멸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였다고 소개했다.
또 일본인 원폭 피해자들이 일본 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도 재판부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따라 미국 법정에서 일본인이 배상을 받을 권리는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해자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청구권을 행사할 권리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고 가와카미 변호사는 설명했다.
그는 "강제징용에 대한 법적 의무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종결됐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지만 '실체적 청구권'은 남아 있다는 점에서는 한국과 일본 정부의 입장에 차이가 없다"며 "실체적 청구권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일본과 한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 법원에서의 강제징용 배상 소송에 관여해온 장완익 변호사는 "징용 피해배상 문제를 위해 한일 정부와 피해자, 일본 기업 등 4자가 모두 모여 진지한 합의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견이 존중된다면 피해자들이 합리적인 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