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靑 기초연금 보고서 은폐…유출자 색출까지"

8월 말에는 국민연금과 연계하면 안된다고 靑에 보고

이언주 민주당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복지부가 청와대에 제출한 '기초연금 도입안' 문건과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보건복지부가 청와대에 8월 말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면 안 된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가 추후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진영 전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이 문건에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면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사실상 반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복지부는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안을 반대했지만, 청와대의 외압으로 결국 한 달 만에 입장을 바꿨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14일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는 예상대로 기초연금이 최대 이슈로 다뤄졌다.

특히 8월 30일 진 전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한 복지부의 기초연금 분석 보고서가 논란이 됐다.

야당 의원 중 첫번째 질의자로 나선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기초연금 관련 청와대 보고 자료를 요구했는데 원본이 아닌 발췌본으로 왔다"면서 "원본에는 각 안에 대한 문제점을 분석한 내용이 있는데 발췌본에는 이게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8월 30일 청와대에 제출한 보고서를 임의로 각색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그 부분(문제점)만 빠져있다. 이건 왜 제출을 안하고 발췌본만 제출했느냐"며 "사실상 변조 아니냐. 마음대로 일부러 빼도 된다고 누가 그랬느냐"고 보고서 편집 의도를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영찬 차관은 "원본은 대통령 보고서이기 때문에 제출한 적이 없는 것 같다"면서 "보고서를 대통령실이나 비서실이 가져가게 되면 나중에 국가기록물이나 비밀문서로 될 수 있는 것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가지정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어 원본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 차관의 말에 새누리당 일부 의원도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고, 오제세 위원장은 "원본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보고서의 내용도 쟁점에 올랐다.

이언주 의원은 "이 보고서에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면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조목조목 분석돼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복지부는 ▲국민연금 수급액이 낮아서 기초연금액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 ▲2016년부터는 기초연금을 받는 수급자의 99%가 지금보다 낮은 금액을 수령해 불만이 발생할 수 있다 ▲보험료 회피가 우려된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들이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 등 5가지 이유로 연계안을 반대했다.

마지막 종합검토 부분에는 국민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 연계안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먼저 소득 연계안을 시행하다가 국민연금의 신뢰가 자리 잡히면 1안(국민연금 연계안)으로 가야 한다고 돼 있다.

이에 이 의원은 "연계안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었는데, 현재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바뀐 것이냐"고 입장이 바뀐 경위를 추궁했다.

이 차관은 "당시에는 국민행복연금위원회에서 낸 방안을 분석해서 보고한 것이지, 현재의 안과는 다르다"고 답했다.

원본에 가까운 보고서가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뒤늦게 입수된 경위를 두고 복지부가 내부 유출자를 색출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언주 의원은 "(보고서) 유출자 색출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만큼 외부에 알려지기를 꺼려한 민감한 보고서임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진영 전 장관이 해당 복지부의 보고서를 토대로 국민연금 연계안을 반대했지만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한 달 만에 입장이 바뀌었다. 이후 청와대 관계자들과 갈등을 빚은 진 전 장관이 자진사퇴하는 등 파문이 커졌다.

이밖에 진 전 장관이 9월 초 청와대에 면담을 공식 요청했는지 여부와, 9월 중순 청와대 서면 보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등이 집중 추궁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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