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쇼 넘은' 와카, 류현진에게 주는 교훈

'웨인라이트? 한번 붙어보자' LA 다저스가 세인트루이스와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먼저 2연패를 당하면서 15일 3차전 선발 류현진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상대 에이스 애덤 웨인라이트와 맞대결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일정이다.(자료사진=임종률 기자)
LA 다저스가 내셔널리그(NL) 챔피언십 시리즈(CS)에서 먼저 2연패를 당했다. 사이영상 출신 에이스들을 내고도 당한 패배라 더 뼈아팠다.

다저스는 13일(한국 시각) 미국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와 NLCS 2차전 원정에서 0-1 패배를 안았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6이닝 1실점(비자책) 호투했지만 타선이 상대보다 3개 많은 5안타에도 무득점에 그쳤다.

그러면서 3차전 선발 류현진(26)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2연패 이후 반격의 실마리를 안겨줄 호투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올 시즌 가장 부담스러운 경기다. 지난 7일 첫 포스트시즌 등판이던 애틀랜타와 NL 디비전 시리즈(DS) 3차전은 1승1패로 맞선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상대 선발은 에이스 애덤 웨인라이트다. 올해 NL 다승 1위(19승)에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맹위를 떨쳤다. 피츠버그와 NLDS 1차전 승리에 이어 5차전에는 완투승까지 거뒀다. 2연패의 절박함과 거물급 투수의 압박감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류현진에게 3차전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어차피 객관적인 선발 투수의 무게감은 뒤지는 게 사실. 신인으로서 잃을 것이 없다는 패기로 맞선다면 대어를 잡을 수도 있다.

▲STL 신인들, 다저스 사이영 듀오와 대등

세인트루이스가 보인 1, 2차전에서 생생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리그 최고의 투수들에 맞서 주눅들지 않은 신인들의 역투가 빛났다.

2차전에서 세인트루이스는 커쇼에 맞서 신인 마이클 와카를 선발로 세웠다. 지난 2011년 NL 사이영상에 이어 올해도 수상이 확실시되는 커쇼와 올해 빅리그에 데뷔한 와카는 사실 비교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운 관계다.

커쇼는 올해 16승9패 평균자책점(ERA)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인 1.83을 찍었고, 빅리그 6년 통산 77승46패 ERA 2.60을 기록을 올렸다. 반면 22살의 와카는 지난해부터 마이너리그를 거쳐 올해 빅리그에 승격, 15경기 4승1패 ERA 2.78을 기록했다.


그러나 와카는 커쇼와 맞대결에서 결코 밀리지 않았다. 6⅔이닝 8탈삼진 5피안타 무실점 역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와카는 지난 8일 피츠버그와 NLDS 4차전에서도 7⅓이닝 9탈삼진 1피안타 1실점 호투를 펼쳤다. 1승2패로 밀려 자칫 시리즈를 내줄 상황에서도 신인답지 않은 투구로 팀을 구해냈다.

1차전도 마찬가지. 세인트루이스는 빅리그 2년 차 조 켈리를 다저스 잭 그레인키의 선발 상대로 세웠다. 그레인키는 2009년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 수상자로 올해도 15승4패를 거둔 정상급 투수. 켈리는 지난해 빅리그 데뷔해 5승7패 ERA 3.53에 이어 올해 10승5 ERA 2.69를 거둔 떠오르는 선수였다.

하지만 켈리는 그레인키에 버금가는 투구를 펼쳤다. 6이닝 5탈삼진 6피안타 2실점으로 8이닝 10탈삼진 2실점한 그레인키와 맞서며 팀 연장 승리의 디딤돌을 놨다.

▲"에이스와 맞대결? 겁 먹으면 진다"

'과연 이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류현진은 시즌 전 체력과 흡연 논란으로 올해 활약에 대한 우려섞인 시선을 받았지만 14승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사진은 지난 5월 29일 LA 에인절스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뒤 기뻐하는 모습.(사진=게티이미지)
류현진 역시 3차전에서 비슷한 상황이다.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류현진과 빅리그 통산 99승의 베테랑 웨인라이트를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앞서 1, 2차전을 생각해보면 못할 것도 없다.

세인트루이스 우완 크리스 카펜터는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를 통해 켈리와 와카의 투구에 대해 "성숙함을 보였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05년 NL 사이영상 수상자인 카펜터는 1997년 빅리그 데뷔 후 144승을 거둔 베테랑이다. 부상으로 올 시즌을 접었지만 2006, 2011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세인트루이스의 간판 투수다.

특히 카펜터는 "어떤 선수들은 '오 이런, 그레인키와 커쇼를 상대해야 하는데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이들은 상황에 맞섰고, 승리의 기회를 가져다 줬다"고 강조했다. 정상급 투수들에 주눅들지 않고 당찬 투구를 펼쳤다는 것이다. 웨인라이트 역시 "지난해 마이너리그에 있었다는 게 정말 놀랍다"고 거들었다.

와카도 위기는 있었다. 1-0으로 앞선 6회 연속 안타와 수비 실책으로 무사 2, 3루가 된 것. 그러나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의 노련한 리드로 무실점으로 6회를 마쳤다. 마크 엘리스를 내야 뜬공으로 잡았고, 이후 애드리언 곤잘레스를 고의 4구로 거른 뒤 1사 만루에서 야시엘 푸이그와 후안 유리베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차전 뒤 인터뷰에서 와카는 당시 상황에 대해 "나는 단지 몰리나와 함께 집중하려 했다"면서 "2개의 삼진을 잡아 이닝을 마무리해 리드를 지켰는데 꽤 짜릿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포수의 리드에 따라 경기에만 몰입한 게 좋은 결과를 낳은 것이다.

올해 류현진은 정규리그에서 클리프 리(필라델피아), 맷 하비(뉴욕 메츠) 등 적잖은 상대 에이스들과 맞붙어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였다. 과연 신인다운 당찬 배짱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팀에 큰 선물을 안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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