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사들과 이를 부인하는 회사 간 갈등이 몇 달째 이어지고 있지만 관할 기관들은 지켜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 기사들 "일방적 인상 강요" vs 사측 "기사들, 협의에 무성의"
"택시 없인 돈을 벌 수가 없는데…"
지난달 1일 택시기사 김 모(45) 씨 등 17명은 회사로부터 '배차중단 통보'를 받았다. 말 그대로 회사 택시를 끌지 못하게 된 것. 기사들에게는 '해고 통보'나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지난 5월 회사는 사납금을 하루에 5,000원씩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올해 초 대전지역 택시요금이 500원 오른 데 따른 것이었다.
회사 안에는 2개의 노조와 비노조원들이 있었는데, 사측이 한 노조와 합의를 한 뒤 이를 전체 택시기사들에게 강요했다는 것이 일부 기사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한 달이면 10만 원이 넘는 돈인데, 69만 원에 불과한 기본급은 제자리인 상태에서 사납금만 올리는데 동의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 씨 등은 사납금 인상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신차 배정에서도 의도적으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조합비 공제도 거부당했다. 상황은 급기야 '배차중단'으로 이어졌다.
반면 해당 회사는 기사들의 이 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신차는 차별 없이 배정했으며, 배차중단은 일부 기사들이 계속 협의에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기사들은 사측의 행위가 불법휴업 및 부당노동행위 등에 해당한다며 대전시와 충남지방노동위에 행정처분 요구와 구제 신청을 했다.
◈ 대전시 "경찰 조사 기다릴 것"…기사들 "생계 위협받는 문젠데"
관할 자치구인 대전 유성구는 사전 신고 없이 이뤄진 사측의 배차중단 행위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으로 보고 둔산경찰서에 해당 회사를 고발한 상태다.
유성구 관계자는 "현장 조사와 3자 면담, 회사로부터 경위서 등을 받아 종합한 결과 '휴업 허가신고 미이행'으로 판단해 고발 조치했다"며 "면허와 관련된 행정처분은 대전시의 몫"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전시의 입장은 달랐다. '회사 내부의 문제'라는 것.
시 운송주차과 관계자는 "노사갈등 상황에서 배차중단을 하는 것은 휴업으로 볼 수 없다는 고문 변호사의 자문을 구했다"며 "행정처분은 강제규정이 아니다. 일단 경찰 조사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체 관리감독 의무가 있으면서도 기다리겠다는 대전시의 태도가 무책임하다고 기사들은 지적한다.
한 택시기사는 "대전시가 고문 변호사에게 물어볼 때부터 '노사분규 상황에서'라는 단서를 달아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며 "처음부터 이 문제를 내부 문제로만 단정하고 해결할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달 넘게 심각한 생계 위협을 받았는데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시가 '사측 눈치 보기'를 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고 누굴 믿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배차중단 조치는 한달을 넘긴 최근 풀렸지만 사측의 불이익과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방노동위에 두차례 낸 구제 신청은 현재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