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훈은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포수 겸 8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0-1로 뒤진 6회말 짜릿한 역전 결승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덕분에 두산은 2-1로 승리하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두산은 자칫 앤디 밴 헤켄에 다시 한 번 잡힐 뻔 했다. 밴 헤켄은 지난 9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7⅓이닝 1실점 호투로 넥센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고작 이틀을 쉰 뒤 마운드에 올라 최재훈을 상대하기 전까지도 3⅓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있었다. 최재훈이 그런 밴 헤켄과 함께 넥센을 무너뜨렸다. 142km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결승 투런포로 연결시켰다.
최재훈은 "그동안 밴 헤켄에게 땅볼 밖에 못 쳤다. 코치님께서 타이닝이 늦다고, 앞에서 직구보고 그냥 돌리라고 하셨다"면서 "초구에 체인지업이 들어와 다음은 직구라고 생각해서 노렸는데 가운데 들어왔고, 잘 맞았다"고 홈런 상황을 설명했다.
사실상 첫 포스트시즌. 아무리 겁이 없다지만 큰 무대에서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최재훈도 경기 전 가슴을 두드리며 긴장을 다스린다. 대신 연장 14회까지 쪼그려 앉아있어도 힘들지 않다.
최재훈은 "작년에는 준플레이오프 때 벤치에만 앉아있었다. 올해 나가니까 너무 긴장됐다. 긴장하지 않으려고 가슴을 계속 치기도 했다"면서 "14회까지 했는데 안 힘들었다. 집에서도 편하게 잤다. 아직 어리긴 어린 것 같다"고 웃었다.
포스트시즌 전까지도 최재훈은 양의지의 백업이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양의지가 선발로 포수 마스크를 썼다. 하지만 2차전에 깜짝 선발 출전한 최재훈은 보란 듯이 3, 4차전에서도 안방 마님 자리를 지켰다. 넥센의 도루를 연거푸 잡아냈고, 절묘한 볼 배합으로 넥센 타선도 잠재웠다. 마운드에 있는 형들을 다독이는 것도 최재훈의 몫이었다.
최재훈은 "2차전은 아무 것도 모르고 들어갔다. 3~4차전하니까 타자들이 뭘 치는지 보였다. 넥센 타자들이 힘이 들어간 것을 이용했다"면서 "초반에 (이)재우형이 포볼 주고, 안타를 맞았다. 넥센이 초반부터 뛰었다. 내가 잡을테니 자신있게 던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세 경기 연속 선발로 나가면서 자신감도 부쩍 붙었다.
최재훈은 "큰 경기에서 많이 떨어서 실력이 안 나왔다"면서 "올해도 너무 떨렸는데 나가니까 설렜다. 큰 무대에 한 번 나가보니까 자신감이 생기고, 경기를 뛰고 싶었다. 5차전은 온 몸을 던진다는 각오로 무조건 이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