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의 중간수사결과 발표 과정이 이병하 전 서울청 수사과장의 증인신문에서 드러났다.
이 전 과장은 "(국정원 사건에 대한)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분석결과가 나오는 대로 발표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주요내용을 뺀 채 발표한 사실이 증언 과정에서 드러나 의혹을 부채질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과장은 검찰 측 증인신문에서 "당시 서울청은 증거분석이 끝나는 대로 수사결과를 발표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전 과장은 "국정원 여직원의 노트북 등에 대한 증거분석 결과가 곧 나올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준비하는 차원에서) 미리 수사결과 발표, 즉 언론 브리핑을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표를 미루자는 내부 의견은 없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분석결과가 나왔는데 그냥 갖고 있는 것 자체가 오히려 국민들이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면서 "대선 전에 발표하려고 서두른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 전 과장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서울청의 중간수사발표가 부실하게 진행된 정황이 함께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중간수사결과 발표 당시 보도자료에 실려있던 '증거물 분석결과 박근혜·문재인 후보 지지·비방글을 발견하지 못했음'이란 문구가 '증거물 분석결과 박근혜·문재인 후보 지지·비방글을 게재한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음'으로 바뀌었다.
이런 발표는 댓글이 발견됐음에도 마치 없었던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을뿐더러, 시기적으로 대선 직전에 발표가 이뤄지면서 선거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언론 브리핑을 대비한 예상질의 답변자료에서는 경찰이 당시 국정원 여직원 김모 씨의 컴퓨터에서 40개의 아이디와 닉네임을 발견해 분석한 상태였지만 구체적인 개수를 밝히지 않고 '여러개'로 뭉뚱그려 표현했다.
이 전 과장은 또 '이정희 의원 남쪽정부 발언'에 대한 비방글 등 일부 구체적인 글의 내용도 보고받은바 있다고 시인했지만 이러한 내용은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