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씨앗퍼뜨리기로 유명한 짚신나물은 여름철부터 꽃을 피워 산행객들을 반기고 있었는데 아직도 여기저기서 눈에 띕니다. 7월부터 10월까지 꽃을 피우고 있으니 다른 꽃들보다 오랜 시간 꽃을 피우고 있는 셈입니다.
짚신나물은 우리나라의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장미과의 여러해살이 풀꽃입니다. 키가 큰 것은 1m까지 자라기도 하지만 제주에 피는 것은 일반적으로 30~50cm 정도 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잎은 깃털 모양으로 갈라진 깃꼴겹잎이며 작은 잎은 5~7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꽃은 크기가 작고 노란색으로 피는데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서 올라온 꽃대에 줄줄이 달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9월에 익는 열매에는 갈고리 모양의 털이 있어 동물의 몸에 붙어 먼 곳으로 이동합니다.
이렇게 짚신나물처럼 사람이나 동물의 몸에 붙어 다른 곳으로 씨앗을 퍼뜨리기도 합니다. 오름을 오르고 난 뒤 옷에 붙은 씨앗을 떼어 내려고 한참 실랑이를 했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식물들의 씨앗 퍼트리기의 방법은 다양합니다. 민들레는 바람을 이용하여 공기 중으로 떠다니다 어느 곳엔가 정착합니다. 단풍나무는 열매에 날개를 달고 다른 곳으로 날아갑니다. 그리고 벚나무는 열매를 새들에게 먹이로 제공합니다. 소화되지 않은 씨앗은 새들이 배설할 때 함께 나오게 되어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는 셈입니다. 그 밖에도 물 위로 떠다니는 야자, 땅 위를 굴러다니는 도토리, 씨앗을 공기 중으로 던지는 제비꽃 등 식물들은 건강한 후손을 만들기 위해 각각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다른 곳으로 퍼져나갑니다.
학명 Agrimonia pilosa의 속명 Agrimonia도 그리스어로 '가시가 많다'는 뜻입니다. 짚신나물은 다른 이름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약재의 효능과 관련시켜 한방에서는 선학초(仙鶴草)라 하기도 하고 새싹의 모습이 용의 이빨을 닮았다하여 용아초(龍牙草), 꽃이 금색으로 줄을 이은 것처럼 연결되어 금선초(金線草)라 하기도 합니다. 지방에 따라서는 지풀, 개구리눈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숲길을 걷거나 오름을 오르다 보면 짚신나물과 비슷한 산짚신나물이라는 꽃도 볼 수 있습니다. 산짚신나물은 학명(Agrimonia coreana)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가 원산지여서 짚신나물 보다 훨씬 더 눈에 뜨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꽃이나 잎의 모습이 비슷하여 헷갈리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두 종은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짚신나물의 꽃은 빽빽이 달리는 것에 비해 산짚신나물의 꽃은 크기도 작고 듬성듬성 달립니다. 수술의 숫자가 짚신나물 12개인데 비해 산짚신나물의 수술은 5~10개인 것도 다릅니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줄기를 감사고 있는 턱잎에 있습니다. 짚신나물의 턱잎은 가장자리가 톱니가 모두 위쪽으로 향하면서 반달모양으로 생긴 것에 비해 산짚신나물의 턱잎은 부채모양으로 톱니가 골고루 퍼져있습니다.
한방에서는 짚신나물을 잎과 꽃, 뿌리 등 식물체 전체를 채취하여 말려서 씁니다. 염증을 없애주고 독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어 이질, 설사에도 좋고 뱀에 물렸을 때나 옻이 올랐을 때도 처방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출혈을 멈추게 하는데도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그 밖에도 잎은 심장의 활동을 강화시키는 작용을 하고 전초는 달여서 마시면 류머티즘에도 그만이라고 합니다. 식용하기도 하는데 봄에는 어린잎을 데쳐서 나물로 먹기도 했으며 물기 말린 잎을 튀겨 먹기도 했습니다.
짚신나물의 씨앗퍼뜨리기를 보면서 식물들이 참 영리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식물들은 당장은 한 곳에서 살고 있지만 더 먼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늘 꿈을 꾸는 듯합니다. 그것은 단지 건강한 후손을 이어간다고 하는 너무나 소박하지만 가장 소중한 꿈입니다.
그래서 좋지 못한 환경에서도 때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씩씩하게 꽃을 피워냅니다.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사는 법을 짚신나물이 알려주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짚신나물의 꽃말은 '감사'입니다. 모든 일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