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배려 위한 '임신부 엠블럼', 8년째 무용지물

일선 보건소조차 몰라…제도 취지 무색

임신부 엠블럼. (보건복지부)
"임신부라고 써놓고 다닐 수도 없고..."


임신부 윤 모(32) 씨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진땀을 뺀다. 그나마 5개월째 접어든 지금은 배가 조금 나오면서 가끔씩 양보를 받기도 하지만, 임신 초기에는 힘들어서 잠깐만 앉아있어도 어르신들의 호통을 듣기 일쑤였다. "초기 때 더 조심해야 한다는데..."

이 같은 임신부들의 고민을 덜고 배려 문화를 조성해나가자는 차원에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6년부터 가방 고리 형태의 '임신부 엠블럼'을 제작, 전국에 배포하고 있다.

임신부임을 알리는 일종의 표식인데, 엠블럼을 보여주면 자리 양보 등 배려를 해주자는 취지다.

벌써 8년째 접어든 사업. 하지만 저조한 홍보로 활용은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엠블럼은 전국 각 지역 보건소를 통해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설명. 하지만 대전지역 5개 구 보건소의 반응은 각각 달랐다.

대전 동구와 대덕구는 "다 떨어졌다"고 말했다. 동구 보건소 관계자는 "홍보용으로 잠깐 나온 거라 수량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구 보건소는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이었다. "우리는 그런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 다른 구에 물어보라"는 답이 돌아왔다.

서구와 유성구는 보건소를 찾아오는 임신부들에게만 배포하고 있었다. '알고 찾는' 사람들에게만 주는 것.

지하철역에서도 엠블럼을 받을 수 있고, 역마다 관련 홍보와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서울 등 다른 지역과는 다른 분위기다.

'보건소에서조차 모르는' 정부 정책이다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인지도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시민 박 모(27) 씨는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임신부 박 모(35·여) 씨는 "엠블럼 자체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걸 들고 다니면서 보여주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임신부는 "지금도 지하철에 임신부 전용 좌석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일반 시민들이 앉아서 간다"며 "엠블럼도 이런 인식과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건데, 좋은 취지를 갖고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올해도 임신부 엠블럼 10만 개를 전국에 배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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