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케냐 나이로비에서 발생한 '쇼핑몰 테러사건'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 여성 생존자가 9일(현지시간) CNN에 출연해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미국계인 일레인 댕(26.여)은 최소 67명 이상 사망자를 낸 이번 쇼핑몰 테러사건 당시 어린이 요리대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그 때 총성과 함께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고 곧이어 누군가 '주차장쪽으로 도망치라"고 외쳤다.
일레인 댕도 처음에는 사람들과 함께 우르르 몰려나가다가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본능적으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더 쉽게 표적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주방 카운터 밑에 숨었죠"
총격은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순간 한 여성이 "총에 맞았다"고 소리를 질렀다. 바닥에는 이미 피가 흥건했다.
또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번에는 한 친구가 일어나 손을 들고 항복의사를 밝혔다.
지칠대로 지친 일레인 댕도 따라 일어서려한 순간 또 다른 여성이 먼저 일어났다. 이 여성은 곧 총에 맞아 쓰러졌다.
엄습하는 공포에 사로잡힌 일레인 댕은 그대로 엎드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가스탄이 발사되자 일레인 댕은 또다른 카운터를 찾아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는 총상을 입은 부부가 있었다.
"부인이 말했어요. '우리 죽는거죠?'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나도 죽음을 생각하게 됐어요.
그리고 그녀에게 '그래요. 우리는 죽을거에요'라고 대답했죠."
이때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빠와 여동생, 그리고 사랑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잠시후 한 남자가 일레인 댕에게 걸어와 "사람들이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있다"고 말해줬다.
그녀도 사람들을 따라 로비로 내려갔다. 거기에는 출입문이 열려 있었으며 사람들은 밖으로 도망쳐 나가고 있었다.
"총소리가 들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안전한 상황이라고 판단했죠. 그래서 저도 움직였어요."
피투성이의 일레인 댕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는 모습은 사진기자들에게 포착돼 전세계에 타전됐다.
일레인 댕은 이런 끔직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케냐는 제 2의 고향"이라며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버클리대학을 졸업한 후 케냐의 외식업체에서 총지배인으로 근무하고 있었던 일레인 댕은 "이번 테러사건으로 케냐를 더욱 사랑하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