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증폭기'에 '만병통치 물'…황당 제품으로 7억 가로채

“상용화되면 노벨상”…노인·베이비붐 세대 구직자 대상 사기 행각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황당한 제품을 발명했다며 노인들을 꾀어 수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사기 및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문모(51) 씨를 구속하고, 김모(55) 씨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문 씨 등은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차량 연비를 향상시키는 스티커 형태의 연료 증폭기 등을 개발했다"며 노인과 베이비부머 세대 구직자 445명을 상대로 1인당 118만 원에서 많게는 1180만 원까지 모두 7억여 원을 제품 사업 판권비 명목으로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과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사무실에서 사업·제품 설명회를 수시로 개최하며 다단계 방식으로 피해자를 모집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이 개발했다고 주장한 제품은 모두 과학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황당한 제품이었다.

스티커 형태의 증폭기를 휴대폰에 부착하고 휴대폰을 차량 전원공급 소켓(시거잭)에 연결해 운행하면 우주에너지 주파수가 나와 연비를 40~80% 향상시켜 준다는 '연료 증폭기'가 대표적이다.

일명 '만병통치 물'도 마찬가지다. 이 물을 이용해 라면을 끓이면 3일이 지나도 상하지 않는 '에너지 물', 머리가 빠지지 않는다며 홍보한 '바이오 드라이기' 등의 제품도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제품설명회에서 프로그램을 조작한 뒤 연료 증폭기를 직접 시연해보는가 하면, 이 제품들이 상용화되면 노벨상을 휩쓸 수 있다며 피해자들을 현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속일 수 있는 60~70대 노인과 취업이 시급한 구직자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며 "일부 노인 피해자들은 아직까지 이 제품들이 실제 효능이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경찰은 최근 재취업을 희망하는 베이비부머 세대 및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불법 방문판매업을 하는 업체가 증가하고 있다며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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