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개 시민단체 "밀양 공사 중단" 시국선언

의료단체 "고압 송전선로 전자파 암 유발할 수 있어" 주장


"현재 밀양은 공사 자재를 실어 나르는 헬기의 굉음과 어르신들의 울부짖음이 끊이지 않는 말 그대로 전쟁터입니다. 강압적 공권력에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의 목소리는 완전히 무시되고 있습니다. 이에 더 이상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전국의 시민단체 대표들이 송전탑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각 분야의 시민단체 대표 221명은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밀양 주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송전탑 건설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표들은 "공사 시작 일주일 만에 벌써 30여명이 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병원으로 실려 갔고, 11명의 연행자가 발생했다"며 "경찰과 공무원은 어르신들을 고립시키고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민들의 목숨을 건 싸움에 가슴 졸이며 밀양으로 향하는 많은 시민들의 선한 발걸음과 종교인들의 간절한 기도를 정부와 한전은 외부세력이라고 낙인찍고,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종북'이나 '폭력'으로 규정짓고 공사를 강행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보상이 아니라 밀양 송전탑 건설의 타당성에 대한 검증"이라며 "원전 비리사건으로 핵심부품의 시험결과가 위조돼 이에 대한 검증을 통해 신고리 3·4호기를 건설한다면 적어도 1년 이상 준공 시기가 늦춰져 그 시기동안 밀양 주민들이 부르짖는 사회적 검증기구 구성을 통한 사회적 협의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대표들은 "그런데도 한전은 마을 총회도 거치지 않은 대표성 없는 마을주민과 보상 협의를 했다고 주민들을 기만하고 있고, 정부는 여름철 전력 대란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과도하게 부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표들은 정부에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밀양에 투입된 공권력을 즉각 철수시키고, 밀양 주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밀양 송전탑 건설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사회적 공론기구를 즉각 구성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들에게도 "밀양 주민들이 외로운 싸움을 하게되고, 왜 목숨을 걸게 됐는지 그 절박함을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1주일 전부터 서울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밀양 주민 김정회씨는 "한전과 정부는 주민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러한 설득 과정이 없다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송전탑 공사를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국선언에 참여한 250여개 시민단체들은 '밀양 송전탑 서울대책회의'를 구성하고 탈핵희망버스 운영, 밀양 상경자 단식농성 지원, 법률 대응단 구성, 한전 앞 촛불 문화제 등의 활동을 할 계획이다.

한편,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3개 단체는 이날 서울 대학로 센터 사무실에서 주민들이 문제제기를 해왔던 전자파의 유해성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고압 송전선로의 전자파는 암을 유발할 수 있다"며 "정부와 한전은 2015년까지 송전탑 3천621개를 신규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2002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고압 송전선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암 유발 매개체로 분류하는 등 국내외 많은 연구가 전자파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밀양 구간의 경우 주민들과 소통을 통해 기존 송전망을 활용하거나 송전선로를 지중화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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