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국정원 메인 서버 조사나 관련자 소환등도 하지 않은채 각하 결정을 내려 "검찰이 애초부터 진상규명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채동욱 검찰총장 낙마 이후 검찰이 '정치검찰'로 급속히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지난 5월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 방향', '左派(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공세 차단'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잇따라 공개하며 이들 문건이 국정원에서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박형철 부장검사)는 7일 진 의원등이 입수해 제공한 문제의 문건이 국가정보원의 문건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사건을 각하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국정원 측에서 '국정원에서 생산한 문건이 아니다'고 진술했고, 문서감정결과 (해당 문건이 국정원에서 생산한 문건과)동일한 문건 양식이 아니라고 결론 났다"며 "혐의 없음이 명백해 각하했다"고 설명했다.
어떤 근거에서 국정원이 만든 문건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것은 보안 때문에 설명하기 어렵다"며 얼버무렸다.
해당 문건의 제보자를 조사해보려 했지만 "문건을 제공한 진선미 의원실 측도 우편으로 전달된 터라 제보자의 신원을 알지 못했다"며 각하 결정의 공정성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문건이 국정원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는 판단을 단지 국정원에서 제공한 문서와 대조등 문서감정만으로 내리기에는 성급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정원에 정통한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사용하는 용지로는 내부문서를 복사할 수 없고, 외부의 일반 용지를 가져가서 복사해야 한다"며 "하지만 그럴 경우 고유의 폰트대로 복사가 이뤄지지 않아 글의 서체 등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폭로한 문건은 원본이 아닌 복사본이었기 때문에 문건이 변형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셈이다.
또 민주당이 제공한 문건 중 일부에는 국정원 직원의 실명과 전화번호까지 구체적으로 적시돼 문건에 담긴 내용이 실행됐는지는 관계자 조사로도 어느정도 파악이 가능했지만 검찰은 이마저도 포기했다.
검찰은 민주당이 건넨 문건이 문서감정과정에서 국정원 원본이 아니라는 판단을 지난 7월초에 내리고도 지금까지 수개월동안 사건을 방치하다가 각하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특히 국정원이 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공판의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데도 애써 외면하고 있어 채동욱 검찰총장 낙마 직후 검찰이 정권 눈치보기에 급급하게 됐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사건을 각하하자 당사자인 민주당은 강력 반발했다.
고발을 주도한 진선미 의원등은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초 민주당의 고발취지는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과 '반값 등록금 문건'을 통해 드러난 국정원의 불법적인 정치개입 행위가 실제 진행됐는지를 수사해달라고 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등은 국정원이 제공한 문서와 대조를 통해 원본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검찰의 처사를 "범죄 혐의자로 의심받는 당사자에게 당신 물건인지 물어보고 아니라고 하니 혐의가 없다고 처분한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