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제주시 조천읍 한 도로의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된 동양증권 제주지점 여직원 고모(42)씨의 유서가 공개됐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와 함께 동양그룹 회장을 향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유서도 남겼다.
고씨는 유서에서 "회장님과 동양그룹을 정말 믿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냐"며 아픈 심정을 절절하게 적었다.
그는 특히 "고객들이나 직원들에게 이럴 수는 없는 것 아니냐. 하루속히 고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전부 상환해 달라"며 그룹측에 읍소했다.
또 "고객들에게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드리며 관리하고 싶었는데 끝까지 책임을 못져서 미안하다"고 남겨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고씨는 7년동안 입.출금 업무를 맡다가 최근 3년 전부터 투자상품을 판매하는 일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평소 일처리가 꼼꼼하고 수익률도 좋아 고객들로부터 평이 좋았다"며 "하지만 동양그룹 사태가 불거지면서 고객들의 피해를 우려하며 괴로워 했다"고 전했다.
동료 직원들도 "자신을 믿고 투자한 고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던 것 같다"며 애통해 했다.
동양그룹 사태는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 등 주요 계열사 5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불거졌다.
신청대상에서 제외된 동양증권은 독자생존이 가능한 계열사로 꼽히고 있지만 동양 그룹 경영진의 지시로 계열사의 회사채나 CP를 고객에게 마구 판매해 피해를 부추겼다.
이와 관련해 제주에서도 피해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주사무소는 내년 1월 말까지 동양 그룹 사태에 따른 불완전 판매 신고센터를 운영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30일부터 나흘동안 신고센터에는 회사채나 CP 피해를 당했다며 상담을 한 경우가 21건이나 된다.
공식 접수가 이뤄지기 시작한 4일에만 오후 3시 현재 3건이 신고됐다.
피해규모는 2천만원에서 1억원까지다.
이달 말까지는 평일 업무시간 외에도 저녁 8시까지 특별 야간상담을 진행한다고 금감원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