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경찰-주민 대치 계속...공권력에 강한 거부감


한국전력의 밀양 송전탑 공사재개가 예상대로 2일 시작된다. 한전은 지난 5월 말 공사가 중단된 송전탑 공사를 약 넉 달만에 재개한다.

한전은 1일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일부터 송전탑 공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내년 여름철 전력피크 시기에 신고리 원전 3·4호기의 생산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더는 공사를 늦출 수 없다는 이유를 밝혔다.

한전의 공사재개에 맞춰 경찰도 공권력을 투입한다.

김종양 경남경찰청장은 1일 밀양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민들의 안전을 도모하고 양측간 충돌로 인한 불상사를 사전에 막기 위해 경찰력을 투입한다"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밀양시 4개 면 송전탑 현장에 모두 32개 중대 3천여 명을 투입하기로 한 경찰은 이날만 13개 중대 1천200여 명을 배치했다.



마을 주민들의 점거를 우려해 미리 경찰력이 투입된 송전탑 건설 현장에서는 경찰과 주민들의 대치상황이 하루종일 계속됐다.

이날 아침 아침부터 단장면 바드리마을과 상동면 동화전 마을 등 곳곳에서 경찰과 주민들이 공사현장을 진입을 둘러싸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고, 주민 1명이 실신해 쓰러지기도 했다.

주민들은 공권력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한 할머니는 "지금은 한전보다 경찰과 정부가 더 미운 게 사실이다. 주민들이 이렇게 싸우고 있는데, 주민들을 내몰고 있다"고 격분했다.

민주당 문정선 밀양시의원은 "공권력이 송전탑 공사를 할 수 있는 사실상 바람막이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주민들의 사고를 유발시키는 것"이라고

경찰이 아직 투입되지 않은 부북면 평밭마을에서는 주민 20여 명이 구덩이를 파 놓고 결사항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경찰의 공권력 행사에 반발해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 상임대표인 조성제 대표, 환경단체 대표, 주민 2명 등은 오는 2일 오전 11시 서울 한전 본사 앞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과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1일 늦게 밀양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정치권의 지원사격도 계속되고 있다.

이와 함께, 반대주민들의 긴급 구제 요청을 받은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밀양에 조사관들을 보내 부북면에 상황실을 설치하고 나서 2일부터 본격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2일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면 주민들과의 충돌도 확산될 것으로 보여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책위 김준한 공동대표는 "밀어붙이기식 공사 강행은 반드시 불상사를 불러일으키게 된다"며 "지금이라도 공사 강행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