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 3강, 한반도에서 '인터넷 전쟁' 불꽃 튄다

인터넷 주소의 관리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이 우리나라에서 한판 전쟁을 벌인다.

서울대의 인터넷 주소는 www.snu.ac.kr이다. snu는 대학명칭의 이니셜이고 ac는 학교를 뜻하며, kr은 우리나라를 의미한다.

영국의 옥스포드대도 인터넷 주소에서 ox.ac.uk로 나라 식별부호인 uk를 사용하고 독일의 베를린대도 www.hu-berlin.de로 역시 나라부호가 들어간다.

반면 미국의 하버드대의 인터넷 주소는 www.havard.edu로 나라식별부호가 들어가지 않는다.

지난 98년부터 인터넷 주소관리를 미국 상무부의 산하기관인 아이칸(ICANN), 즉 국제인터넷주소 관리기구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기관들은 인터넷 주소에 나라를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98년 통신분야의 유엔총회격인 ITU 전권회의에서 브라질 등 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정부간 기구, 즉 국제기구의 설립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미국은 2002년부터 ICANN 내에 정부자문위원회 역할 설정 등을 통해 불만해소를 시도했지만 여의치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국제 전기통신세계회의에서 러시아 등이 인터넷 관리를 미국 정부의 산하기관이 아니라 정부간 기구가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주소관리의 주도권을 두고 논쟁이 재연됐다.

이에따라 지난 5월 세계전기통신과 ICT 정책포럼에서 이런 인터넷 거버넌스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과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개도국간의 입장차만 확인한 상태다.

미국은 개방적인 현재의 ICANN 체제 덕분에 인터넷이 발전했다며 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럽국가들은 미국 지배의 ICANN 체제에는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개도국의 편을 들지도 않는 입장이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을 견제하려는 심리로 정부역할 강화를 주장하고 있고 중국은 인터넷을 통제하고 싶은 내심때문에 미국의 입장을 반대하고 있다.

아랍권 국가는 인터넷 통제를 통해 이슬람 문화에 대한 보호를 하기 위한 내심으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권한이 인터넷으로 확산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는 ITU의 인터넷 논의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다만 올해 열리는 사이버스페이스총회와 내년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ITU 전권회의에서 국제적인 합의가 진전되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의장국이 되는 2014년 ITU 전권회의에서 인터넷 주소관리권을 두고 미국과 유럽이 한 편이 되고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 아랍이 한편이 되는 한판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회의 의장국으로서 신중한 접근을 하면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고 제 3의 대안 마련을 주도하는 역할을 모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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