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를 불러내 10여분간 질의했지만 새로운 의혹을 폭로하거나 날 선 추궁은 없었다.
대신 정부의 기초연금안이 노인 빈곤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따지는 등 문제 해결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비교섭단체 1명 의원의 몫으로 질의에 나선 안 의원은 먼저 “정부와 여당의 책임을 엄중하게 따지지 않을 수 없다”며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정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인데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서 앞의 문제를 덮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부터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건,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태, 진영 전 장관 사퇴, 기초연금 공약 후퇴 문제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일련의 사퇴 사태에 대한 근본적 이유가 무엇인지, 청와대와 총리의 책임은 없는지를 정 총리에게 물었다.
그러나 정 총리가 내놓은 답변은 사실상 채 전 총장의 사퇴는 “개인 윤리 문제”, 진 전 장관의 사퇴는 “정책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었다.
기초연금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간 안 의원은 “기초연금을 도입하는 근본 목적은 노인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사태의 본질에 접근하려 했다.
그러면서 “재원을 절약할 방법만 찾다보니 노인빈곤문제는 해결하지 못할 규모가 되어 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정 총리는 “정확한 수치를 기억 못하겠다”고 답했다. 정 총리는 또 “무엇보다도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면 엄청난 재원이 문제가 된다”고 '쳇바퀴 답변'을 내놓을 뿐이었다.
안 의원은 “노인빈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재원조달 방법만 찾는다면 선후관계가 뒤바뀐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준비했던 재원 조달 문제에 관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버렸다.
그는 이번에는 “국채를 동원해서 재원을 조달하는 것은 말 그대로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기초연금 재원 마련을 위한 국채 발행은 없다’는 확답을 정 총리에게 요구했다.
하지만 정 총리가 “최대한…”이라고 하자 안 의원은 “여지를 남겨놓겠다는 것이냐”고 따졌고, 결국 정 총리로부터 “현재 계획은 세입 확충 방안과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서 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을 이끌어내는 데 그쳤다.
안 의원은 “답변을 듣다보니까 이 정부의 문제는 재정의 부족이 아니라 의지의 결핍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일침을 놨다.
그는 질의를 마치면서 “국민 여러분, 꼴 보기 싫다고 정치에서 눈 돌리지 마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정치에서 눈을 돌리면 속으로 웃을 사람들은 따로 있다. 눈을 부릅떠달라. 더 질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다른 의원들의 질의에서는 여야 의원 사이 고성이 오갔지만 안 의원에 대해서는 별다른 호응이나 반발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