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外 부실 또 없나... 개미들에 돈 빌린 기업들

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이와 비슷하게 자금 압박을 받고있는 다른 대기업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동양그룹 3개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인 지난달 24일 펴낸 보고서에서 동양 외에도 동부, 두산, 한진그룹의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동부그룹의 경우 “비금융 주력 계열사들의 지속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실적 개선이 없다”면서 “그룹 차원의 유동성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에 대해서는 “그룹 주력사들의 M&A 등 지속적인 투자 부담에 의해 그룹 차원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했고 한진그룹은 “주력인 항공 해운 업계 업황 침체로 영업실적이 저하된 가운데 항공기 및 선박 투자규모가 확대되면서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이 크게 가중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물론 이들 그룹의 자금 상황이 동양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재계 10~20위권으로 동양(47위)보다 규모나 비중이 훨씬 큰 점을 감안하면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다.

다만 이들 그룹이 ‘주채무계열’에 포함돼있어 금융사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관리감독이 가능하다는 게 그나마 안전판 역할을 한다.

주채무계열은 전년 말 현재 금융기관 신용공여 잔액이 전전년 말 금융기관 신용공여 총액의 0.1% 이상인 그룹에 한해 지정된다.

2013년도 주채무계열은 삼성, 현대차, SK, LG 등을 포함한 30개 그룹으로 주채권은행을 통해 재무구조 평가가 이뤄지고 재무구조 개선 약정도 체결해야 한다.

문제는 이번 동양 사태에서 보듯 금융당국의 통제권 밖에 있는 기업들이다.

금융권이 아니라 회사채나 CP(기업어음) 등을 통해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직접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은 것이다.

대표적인 곳은 현대그룹으로 시장성 차입이 3조원에 육박하고 부채비율도 지난해말 기준 400%를 넘어섰다.

주요 그룹 가운데 주채무계열에 포함돼있지 않은 곳은 현대 외에도 한솔, 한라, 대성, 이랜드, 태영, 현대산업개발, 부영 등이 있다.

금융당국은 이런 사정을 감안해 주채무계열 기준 강화나 금융투자업 규정 변경 등 규제에 나섰지만 뒷북행정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동양그룹은) 시장에서 이미 신용등급이 떨어진 것이 확실시됐고, 주채무계열 지정 여부를 떠나 금융당국의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키코(KIKO)와 저축은행 등에 이어 동양그룹 사태에 이르기까지 중소기업과 개미투자자들이 거의 비슷한 피해를 반복하게 된 데는 당국의 직무유기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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