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수도권으로 청장년층이 몰리며 만들어진 '젊은 수도권, 늙은 지방'이란 선입견이 바뀌는 것이다.
이혜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일 '수도권이 늙고 있다'란 보고서에서 "2000년 이후 고령층 인구의 연평균 증가율이 수도권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기서 고령층은 65세 이상 인구를 뜻한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인구 중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수도권이 평균 9.6%로 비수도권(13.6%)보다 낮았다.
그러나 2000~2012년을 보면 인구구성 중 고령층이 늘어나는 고령화 속도는 수도권이 1.8배로 비수도권(1.6배)보다 빨랐다.
수도권이 더 빨리 늙는 첫 이유는 1970~1980년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한 세대가 본격적으로 고령화돼서다.
농업 성장 둔화로 귀농인구를 흡수할 곳이 줄면서 이들이 은퇴 후에도 수도권에 머무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과거엔 노인들이 귀향하던 것과 달리 이들은 부양자녀의 거처로 옮기거나 수도권 외곽 지역 요양시설을 찾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두번째 이유는 청장년층의 수도권 유입세가 둔화한 점이다.
2000~2012년 사이 20~30대의 수도권 순유입 규모는 12만명에서 4만명으로 3분의 1이 됐다.
이는 2001년부터 비수도권의 경제성장률이 수도권보다 더 높아지며 수도권의 일자리 창출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도권의 청년실업률은 8.5%로 비수도권보다 1.7%포인트가 높다.
집값을 포함한 생활비가 비싸다는 점도 수도권 탈출 유인으로 꼽힌다.
이 연구원은 "수도권의 1인당 소비지출은 비수도권보다 많지만, 1인당 소득은 오히려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낮다"며 "2011년 수도권의 경제적 여유(처분가능소득-소비지출)는 49만원으로 비수도권(204만원)의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도권 탈출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부터 고령층에 본격 진입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수도권에 49%가 몰려 있는데다, 수도권의 출산율도 낮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현재까지 국토·지역정책은 주로 '젊은 수도권, 늙은 지방'이란 과거의 인구구성 관점에서 접근해왔다"며 "인구이동에 따른 지역별 주택가격 차이나 인프라 수요를 잘 예측해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