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동양그룹 위기 사태를 맞아 현행 감사위원회의 현황을 살피기 위해 상장기업들의 2012년 사업보고서 중 감사위원회 활동내역을 분석, 1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 대상은 자산 2조원 이상인 동시에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인 146개 기업 중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등을 제외한 144개 기업이다.
경실련에 따르면 이들 회사의 감사위원회에서는 747건의 회의에서 1881건의 안건이 처리됐지만, 부결·보류 등으로 가결되지 않은 안건의 수는 단 4건(0.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벌계열사 중에서는 가결되지 않은 안건이 단 1건뿐으로, 감사위원들이 재벌총수와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거나 감시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 144개 상장기업의 464명 감사위원의 경력을 조사한 결과 공무원 출신이 191명(41.2%)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국세청 출신 27명(14.1%), 금감원 출신 24명(12.6%), 검찰청 출신 18명(9.4%) 등으로 사정기관 출신이 가장 많았다.
경실련은 "여러 기관에서 중복 근무한 경우를 고려하면 사정기관 및 고위공무원 출신 감사위원의 수는 더 늘어난다"며 "세무조사, 검찰 조사의 방패막이 또는 로비스트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464명 감사위원(감사 포함) 가운데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감사위원의 수도 424명(91.4%)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겸직하기 때문에 감사위원회가 이사회를 감독할 경우 스스로 감사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는 게 경실련의 지적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144개 기업 중 80%에 달하는 115개 기업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이었다"며 "총수가 있는 재벌계열사는 105개로 72.9%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상법개정안에 가장 많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대상이 재벌총수이기 때문에 이들의 반대가 극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또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요구로 자리잡아 박 대통령마저 상법개정안을 공약으로 내놓았던 것"이라며 "반드시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담아 원안대로 통과되어야 기업지배구조를 바로잡고 재벌총수의 전횡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