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학대 실태 "낫으로 발 찌르고, 새 날개 자르고…"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동물을 위한 행동 전경옥 대표

여러분, 유튜브에 올려진 바다코끼리 학대 영상 혹시 보셨습니까? 1분 46초짜리인데요. 아직 못 보신 분들을 위해서 제가 잠깐 설명을 하자면, 무대에 오른 바다코끼리를 한 조련사가 자신이 들고 있던 파리채로 사정없이 얼굴을 때리고요. 그것도 모자라서 목 조르고, 흔들고 바다코끼리의 수염을 붙잡고 끌고 다닙니다. 그러다가 발로 차기까지 합니다. 바다코끼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울부짖는 것 밖에는 없죠.

이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지금 논란이 일파만파고요. 결국 어제 이 동물원 측에서는 그 조련사를 해고하고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문제는 이 동물원만의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직접 이 동물원 찾아가서 사과와 재발방지책 받아낸 분입니다. 동물을 위한 행동 전경옥 대표 연결을 해보죠.

◇ 김현정> 이 문제의 바다코끼리 학대 영상, 누가 찍어 올린 건가요?

◆ 전경옥> 한 방송국과 동물 보호 단체가 잠입해서 찍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추후 확인 결과, 동물 보호 시민단체 '카라'에게 한 시민이 제보한 사진으로 확인 돼 정정합니다. - 편집자 주)

◇ 김현정> 그럼 이 동영상을 보시고 전경옥 대표가 ‘이건 참을 수 없다’ 해서 직접 동물원에 가보신 거예요?

◆ 전경옥> 네.

◇ 김현정> 그럼 문제의 관련자들도 만나보셨어요?

◆ 전경옥> 그렇죠.

◇ 김현정> 왜 그랬다고 합니까?

◆ 전경옥> 제가 원장과 사무국장을 만났는데, 그 원인에 대해서는 직접 설명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바다코끼리가 살고 있는 곳이랑 조련하는 것, 공연하는 것 등을 예전부터 다 봤었는데요. 그 바다코끼리 몸집이 엄청나게 크거든요. 한 500~1,700kg 그런 정도 되는 큰 몸집인데 그 바다코끼리 두 마리가 살고 있는 곳이 한 5평정도 되는 굉장히 좁은 곳에서 하루 종일 돌면서 헤엄만 치고 살아요.

◇ 김현정> 500~1,700kg까지 나가는 그 두 마리가 5평에서?

◆ 전경옥> 네, 보면 동네 목욕탕 같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거기에서 두 마리를 하루에 두 번씩 생태설명회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묘기 같은 걸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그런 훈련을 하다보니까 아마 굉장히 제어하기가 힘들었을 거고. 제가 동영상을 봤을 때는 그 조련사가 자신의 어떤 화풀이를 동물에게 하고 있다는 느낌이 굉장히 들었어요.

◇ 김현정> 이게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동물원이라는데, 저는 이름을 처음 듣거든요. 어떤 곳이죠?

◆ 전경옥> 테마동물원이라고 해서 일반 체험동물원을 표방하고 나온 개인이 설립한 동물원이죠. 체험이라고 하는 게 말로는 체험이고 ‘사람들한테 그 동물을 좀 더 쉽게 또 재미있게 보고 만질 수 있다’ 이런 의미인데, 실상은 야생동물과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건 그만큼 야생동물을 학대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갈 수밖에 없다는 거죠.

동물 보호 시민단체 '카라' 제공.
◇ 김현정> 그런 우려가 존재하는 곳이었는데,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진 거예요. 그런데,,학대가 이번에 처음이 아니라면서요?

◆ 전경옥> 굉장히 그동안 논란이 많이 있었고요. 작년에, 2012년에 이미 오랑우탄, 우탄이라고 하는 쇼 동물이 있었는데 이 쇼 동물이 죽었어요. 그런데 죽게 된 여러 가지 의견들이 분분했는데, 이 우탄이가 3년 정도 사람들 앞에서 자전거 타고 사진 찍고 이런 쇼를 하다가 어느 날 쇼를 거부하기 시작하면서 사육사를 공격하고 쇼를 못하게 됐는데, 그 이후에 3년 간 이 우탄이가 한 3평정도 되는 공간에서 갇혀 살았어요, 한 번도 나온 적 없이.

◇ 김현정> 3평에 계속 혼자서?

◆ 전경옥> 네, 혼자서. 이 우탄이의 몸집이 굉장히 컸거든요. 그래서 사육사 6명이 달라붙어도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셌기 때문에 청소도 해야 되고 밥도 줘야 되고 예방접종도 해야 되고 이런 문제들이 있으니까 ‘제어를 못 해서 결국에는 우탄이 손에 있는 인대를 끊었다’라는 내부 고발이 한 번 있었어요.

◇ 김현정> 쇼하는 걸 거부하게 된 건 왜 그랬을까요?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요?

◆ 전경옥> 그렇죠. 왜냐하면 동물 쇼에 이용되는 동물들은 100% 고등동물이에요. 왜냐하면 머리가 좋아야 그걸 따라하거든요. 그런데 중요한 건 사람도 그렇지만 고등동물일수록 생각을 하죠. 그 조련을 따라하는 걸 싫어할 수도 있고 무료해 할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연습을 거부한다거나 뭔가 복잡한 정신작용에 의해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일정 시간에 공연을 시켜야 되기 때문에 제어할 수가 없는 거죠. 제어가 안 되면 조련사가 사람이기 때문에 굉장히 감정적인 조절이 힘들어요.

◇ 김현정> 그때 학대가 벌어지는 거군요.

◆ 전경옥> 그렇죠. 그러니까 이 동물 쇼는 구조적으로 학대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행위라고 보시면 돼요.

◇ 김현정> 전국에 있는 동물원들을 죽 둘려보셨을 텐데, 이런 식의 학대가 또 있습니까?

◆ 전경옥> 학대라는 정의 자체가 사람이 동물에게 가하는 어떤 불필요한 모든 고통들이 전부 다 학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물원 자체는 구조적으로 동물원에 동물들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사실상 학대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조건이 있죠. 왜냐하면 좁은 곳에 많은 야생동물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실제로 코끼리 같은 경우에 조련할 때도 그렇고 조련하지 않은 코끼리 같은 경우도 발이 굉장히 약하거든요. 그래서 발을 매일매일 봐줘야 되는데 제어하기가 굉장히 힘들고 조련사들이 사실상 생명의 위험을 많이 느껴요. 그래서 이 코끼리를 복종시키기 위해서 앵커스(ankus) 라고 하는 뾰족한 도구가 있는데 이 도구로 발을 찌르는 걸 직접 봤거든요.


◇ 김현정> 일종의 뾰족한 낫으로 발을 계속 찌르면서 조련을 한다?

◆ 전경옥> 발과 발 사이를 계속 찌르면서 그렇게 복종시키는 거예요. 그런 사례들도 봤고 그다음에 동물원에 가면 날지 못하는 새들이 있어요. 창살이 없으니까 굉장히 멋있어 보이는데, 1년에 한 번씩 비상 날개를 전부 잘라줘요, 날지 못하게.

◇ 김현정> 네? 잠시만요. 날지 못하는 새, 예를 들면 어떤 거요?

◆ 전경옥> 그러니까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날지 못하는, 나무나 이런 사이에 새들이 앉아있는 걸 보거든요.

◇ 김현정> 분명히 새인데 날지 못하고 앉아 있는 새, 그냥 쉬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 전경옥> 그게 멋있어 보이는데, 창살이 없으니까. 그런데 새들은 날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못 날아가게 하기 위해서 비상날개를 잘라요. 그건 어쨌든 조류가 가지고 있는 생태를 완전히 파괴한다고 볼 수 있는 거고요.

◇ 김현정> 또 있습니까? 다른 동물원에서?

◆ 전경옥> 물개 같은 경우에는 동물 쇼에 많이 이용되는데 예전에는 전기 충격기를 많이 썼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거의 사용하지는 않지만 조련할 때 말을 듣게 만들어야 되는데 말을 잘 안 듣고 그러면 사실 굶기거든요.

◇ 김현정> 굶겨요? 물개를? 말 들을 때까지?

◆ 전경옥> 물론 죽으면 쇼를 못 시키니까 죽지 않을 정도로 밥을 굶긴다거나 이렇게..

◇ 김현정> 물개 공연을 보면, 뭐 하나 하면 잘했다고 생선 같은 것 주고 굉장히 잘 먹이던데요?

◆ 전경옥> 그건 관객들 보는 앞에서 그렇게 보이는 거고요. 실제로 조련하는 과정에서는 굶기기도 하고.

◇ 김현정> 그런 것도 있군요.

◆ 전경옥> 그리고 북극곰 같은 경우에는 영상 10도가 넘어가면 몸에 이상이 생기는데,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잖아요. 그러니까 날씨가 조금 따뜻해지면 몸에 녹조 같은 게 끼죠. 직접적으로 북극곰을 때리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사실상 굉장히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조건에 있을 수밖에 없고요.

◇ 김현정> 동물원의 사례들을 하나씩 살피다보면 방송이 끝나도록 얘기가 계속 이어질 것 같은데 사실은 이게 딜레마예요, 동물원 얘기할 때마다. 어쨌든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동물원 필요는 한데, 그럼 어떻게 이 동물에게 스트레스 주지 않으면서 일종의 동물권도 지키면서 동물원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해법이 있습니까?

◆ 전경옥> 사실상 동물보호 교육을 한다는 조건으로 동물원을 운영을 하고 있는데, 제가 둘러본 동물원은 좋은 동물보호 교육이라기보다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을 받거나 철창 안에 무료하게 갇혀 있는 동물들을 보게 되는 것이 사실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동물보호 교육인데.

◇ 김현정> 오히려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 아니라는 말씀이세요?

◆ 전경옥> 그렇죠. 그런 걸 보면서 아이들은 ‘동물이 굉장히 저열해. 이런 존재야’ 이런 인식을 하게끔 되죠. 실제로 그런 연구사례도 많이 있고요. 그런데 우리가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고 아이들에게 좋은 동물, 생명존중 교육 이런 걸 해 주기 위해서는 동물의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꿔주는 방법밖에는 없어요.

◇ 김현정> 환경을 바꿔줘야 된다. 어제 그렇지 않아도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동물원법이라는 걸 발의를 했더라고요. 가혹한 조련행위는 처벌할 수 있게까지 하는, 그러니까 전시동물들에게도 어느 정도 환경의 개선을 줘야 한다는 건데. 아직 통과된 건 아닙니다. 어떻게 추진이 되는지 함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도록 하죠.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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