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결과적으로 계열사의 부실이 전이된 셈이 돼 버렸고,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그룹 리스크'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동양증권 직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처음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가족과 지인들이 다들 한 통씩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연락이 딱 끊겼다"며 "물어보기도 미안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실제 직원 가족들은 불안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동양증권 가족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아버지가 동양증권에서 일하시는데 요즘 집에 잘 안 들어오시더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휴가가 다음 주였는데 그것도 취소됐다"면서 "동양증권 상태랑 아버지가 어떻게 되는지, 어떻게 하면 아버지에게 힘이 될지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직원 가족은 "저희 아버지가 동양증권 지점장인데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요"라고 물었다.
부실 계열사의 자금조달을 위해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불완전판매 의혹과 관련해 회사 고위층에 분통을 터뜨리는 직원도 있었다.
한 동양증권 대리급 직원은 "회사에서는 강제로 지금 문제가 되는 CP와 회사채를 팔게 하고 이제는 나 몰라라 한다"면서 "양심 있는 직원들은 부모님 돈이나 대출로 고객 돈을 변상해주고 윗사람들은 자기 숟가락만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양 CP에 2천만원을 투자했다는 고객은 "동양증권에 다니는 절친한 친구 추천으로 가입을 했던 것인데 전화를 해보니 그 친구도 가족들 돈까지 거액을 투자한 상황이라 미안하다며 계속 울기만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결국 동양그룹이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과정에서 선량한 직원들도 여럿 피해를 본 셈"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동양증권은 나름 경쟁력 있는 회사로 부도 가능성은 낮다"면서 "문제는 동양증권이 판매한 계열사의 부실 CP와 회사채"라고 말했다.
그는 "형님, 아우, 아버님 하는 식으로 오랫동안 고객관리를 할 경우 불완전판매가 현실적 관행"이라며 "CP 같은 걸 제대로 설명하려면 한 시간은 걸리고 고객도 제대로 듣고자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문제가 생기면 재판 등을 통해 증권사는 배상을 하게 되고, 증권사는 해당 직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식으로 책임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동양증권에 근무하던 후배가 십수년간 근무하면서 몇 차례에 걸쳐 1천만∼2천만원씩을 배상하다 더이상 견디지 못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한편에선 불안에 휩싸여 있거나 서로 네 탓만 할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동양증권 직원은 "강제로 밀어내기식이어서 판매가 됐다는 건 핑계일 뿐이고 오히려 내부자로서 역정보에 대한 믿음을 갖고 본인 자금도 투자한 사람이 많다"면서 "직원이면 누워 침 뱉기는 그만하고 이럴 시간에 고객 케어에 전념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