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심층해부①] 그들의 '오늘'

성인범죄자 뺨치는 아이들 갈수록 늘어…별 제재 없어 '재범의 늪'

대한민국의 미래가 흔들리고 있다. 죄를 짓는 10~14살의 아이들, 바로 '촉법소년'이 갈수록 늘면서다. 초등4년~중등2년인 이들 '로틴'(low-teen)은 하이틴이나 성인들도 혀를 내두를 강력범죄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낮엔 '일진', 밤엔 '가출팸'이 되기도 하는 이들의 실태와 그 해결 방안을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싣는 순서>

①그들의 '오늘'
②그들의 '학교'
③그들의 '비행'
④그들의 '가정'
⑤그들의 '내일'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10년 전 서울의 한 교회에서 벌어진 망치 살인 사건. 주인공은 다름아닌 당시 초등학교 6학년생 A 군이었다.

가출한 뒤 생활비를 구하려 교회에서 도둑질을 하다가, 이 교회 권사에게 들키자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것.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한마디가 화근이 됐다.

소년원에서 2년을 보낸 A 군은 아무 일도 없던 듯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고, 지금은 20대 중반의 청년이 되어 바로 지금 우리 곁에 있을 수도 있다.

"어차피 처벌 안 받잖아요."

지난달 27일 광주 동구의 한 편의점을 턴 13살 B 군. 경찰 앞에서도 뉘우치는 기색이 없다. 자신이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임을 잘 알고 있어서다.

B 군의 범행은 처음이 아니다. 최근 8개월 동안 절도 등의 범죄 경력이 무려 32건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동네 또래 형들과 슈퍼마켓에서 현금과 담배를 훔친 걸 시작으로 취객 지갑이나 주차된 차량을 털거나, 대리점 문을 벽돌로 깨부수고 들어가 2000만 원 상당의 최신 휴대폰 19대를 훔치기도 했다.


하지만 B 군은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여서 또다시 조사만 받고 풀려났다.

◈ 성인 뺨치는 범죄 저질러도 처벌 대신 '보호처분'

현행법상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은 형법에 저촉되는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촉법소년'으로 분류된다. 이들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선고할 수 없고 소년법상 보호처분만 가능하다.

하지만 범죄가 중한 경우에는 소년원에 송치할 수도 있다. 그나마 유일무이하게 강제력을 담보하는 처분이다.

지난 3월 강원도 원주에서 소년원에 송치된 초등학교 6학년생 3명이 그런 경우다. 이 아이들은 지적장애 2급인 20대 여성을 유인, 스마트폰에 저장된 '야동'을 보여주며 집단 성폭행을 저질렀다.

그러나 촉법소년들 대부분에겐 가벼운 처분 위주로 내려져 '솜방망이' 논란도 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절도 수준을 넘어 강도나 강간 같은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3일 경찰청이 민주당 김현 의원에게 제출한 '2011~2012년 촉법소년 현황'에 따르면 강도·강간·방화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촉법소년은 해당 2년간 626명에 달했다.

특히 이 가운데 강간을 저지른 촉법소년의 비율은 58%인 363명이나 됐다.

절도와 폭력까지 합치면 해당 2년간 경찰 조사를 받은 촉법소년은 2만 2490명이나 된다. 2011년 9431명에서 2012년에는 1만 3059명으로 늘어나, 일년새 38.5%나 급증했다.

하지만 2007년부터 3년 동안 서울 가정법원이 촉법소년에게 내린 보호처분 가운데 절반 이상인 51.8%는 '부모나 친지가 관리하라'는 1호 처분이었다.

반면 소년원에 보내는 9, 10호 처분은 겨우 0.4%에 불과했다. 살인 등 극악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A 군의 경우처럼 소년원에는 2년까지만 보낼 수 있다.

◈ 형사처벌 못하다 보니…악용하는 재범 이상 늘어

이렇게 법망을 벗어나다 보니 촉법소년들의 재범률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2011년 같은 중학교 여학생을 성폭행한 남학생 C군은 이를 잘 보여준다.

경찰에 붙잡힌 C군은 형사처벌을 면했고, 범죄 사실을 자랑하고 다니다가 결국 같은 해 또다시 친구 6명과 함께 다른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했다.

당시 경찰은 C군이 이미 지난 2010년 당시 12세의 나이에 특수절도 혐의 등으로 네 차례의 검거와 '보호처분'을 받고 풀려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소년범 가운데 3회 이상 보호처분에 처해지는 경우가 2009년 4390건, 2010년 4184건, 2011년 4220건으로 매년 4000건을 웃돈다.

최초 범행 당시에는 영상매체 등을 보다가 성폭행이나 집단폭행 등을 현실에서도 가능한 일로 여겨 호기심에 따라해본 경우가 많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의 범죄가 반복되면서 갈수록 무감각해진다는 점이다.

서울 수서경찰서 문춘식 여성청소년과장은 "촉법소년들 대다수는 자신이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수차례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잦다"면서 "범죄를 반복하고 경찰서에 자주 드나들다 보니 뉘우치는 기색도 없고 경찰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죄의식 없이 범죄를 저지르고, 갈수록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아이들. 10년 또는 20년 뒤 이 사회의 주축이 될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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