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저녁 퇴근시간대 주차된 100여대 차량 가운데 벤츠와 BMW 등 유명 외제차 6대가 눈에 들어왔다.
또 다른 임대주택인 경기도 동탄신도시 A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도 고급 외제차 10여대가 주차돼 있었다.
2013년 한국의 생활문화가 바뀌고 있다.
빚을 내서라도 반드시 내 집은 장만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8~90년대 주거 의식은 점차 사라지고, 임대주택에 살지언정 승용차는 고급 외제차를 타면서 폼나게 살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4.1 부동산 활성화 대책과 8.28 전월세 대책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이처럼 국민들의 생활문화 의식 변화를 제대로 투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 4년 새, 30~40대 외제차량 구입 2.4배 급증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국내에 등록된 수입 외제차량은 모두 58만5천218대로 4년 전인 지난 2009년 같은 기간의 25만2천209대 보다 2.3배 증가했다.
특히, 30~40대 연령층의 외제차량 구입이 지난 2009년 13만6천619대에서 올해에는 33만2천607대로 무려 2.4배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전체 외제차량 구입자 가운데 30~40대 비중이 지난 2009년 54%에서 올해에는 56%로 늘어났다.
30~40대 외제차량 구입자 가운데는 여성이 70% 정도를 차지해 남성보다 2배 이상 많았다.
◈ 4년 새, 주택매매거래량은 1.9%25 감소
이처럼 주택 실수요자 그룹인 30~40대가 외제차량 구입을 늘리는 동안, 주택매매거래량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주택매매거래량은 모두 52만6천716가구로 지난 2009년 같은 기간의 53만6천851가구 보다 1.9% 감소했다.
◈ 내 집 사느니, 차라리 외제차 타겠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시작된 주택경기 침체가 4년째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집값이 폭락하면서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주택 실수요자, 특히 30대와 40대 연령층이 내 집 마련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외제차량을 구입한 문성일(39.서울) 씨는 "아파트를 장만하기 위해 10년 동안
저축을 했지만, 집값이 폭락하는 상황에서 굳이 집을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과감하게 외제차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주택가격 하락에 실망한 주택실수요자들이 소비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일종의 ‘실망소비’ 행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실망소비는 주택구입자금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져 주택매매거래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택시장 활성화에 찬물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