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4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최재원(50) SK그룹 수석부회장이 떨리는, 그러나 사력을 다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주의 우려가 있어 구속하려는데 할 말이 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100석이 넘는 방청석을 가득 채운 SK그룹 임직원들은 최 부회장의 간곡한 호소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들은 선고공판이 끝난 뒤에도 대부분 자리를 뜨지 않고 선 채로 그룹 2인자가 구속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총수 형제는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고개를 다소 숙인 채 재판장의 선고 이유를 묵묵히 들었다.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다는 언급이 나온 뒤에는 사실상 자포자기한 모습이었다.
호화 변호인단은 변호인석이 모자라 방청석 앞줄까지 꽉 채웠다. 재판장이 확고한 유죄 심증을 반복해 밝히자 변호인들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일부는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채 기도하는 듯 했고 어떤 변호사는 어딘가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느라 바빴다.
선고 공판을 시작한 지 2시간이 지나 주문을 듣기 위해 나란히 선 총수 형제는 서로 손을 꽉 잡았다. 최 부회장은 실형을 선고받고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잡고 있던 형의 오른손도 이내 떼고 말았다.
감형을 기대했다가 다시 구치소로 향하는 최태원(53) 회장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는 교도관들에게 붙들려 끌려가면서도 방청석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누군가를 찾는 듯했다.
그 순간 최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 나비아트센터 관장은 방청석 오른쪽 뒤 편에 앉아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고 있었다. 노 관장은 함께 구속되는 총수 형제의 모습을 보려고 일제히 일어선 방청객들에 막혀 최 회장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