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는 심리로 열린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공판에서 재판부는 디지털증거분석팀의 분석상황이 녹화된 CCTV동영상 검증을 실시했다.
동영상에는 지난해 12월 13일부터 16일까지의 분석팀의 분석과정이 담겨있다.
검찰은 분석팀이 국정원 심리전단이 인터넷 상에서 여론 공작을 벌인 정황을 확인하고도 이같은 내용이 CCTV에 녹화될 것을 우려해 볼륨을 낮춰 녹음을 막으려고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분석관들은 메모장 텍스트 파일을 통해 김 씨가 오늘의 유머 등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좌파와 우파의 대립 견해와 관련된 활동을 한 것을 확인했다"며 "자신들의 대화내용이 녹음될 것을 우려해 볼륨을 줄여 녹음되지 않도록 하려고 했으나 기계조작 미숙으로 녹음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CCTV에는 당시 분석팀을 지휘한 임모 분석관이 "우리가 지금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잖아. 좌파니 우파니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볼륨을...(줄여라)", "이것이 녹음 안 되게..."라며 분석관들에게 CCTV에 볼륨 장치를 조작할 것을 지시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임 분석관의 지시에 최 모 분석관은 "최대한 낮췄다"며 "끄는 건 장치를 제거해야 한다"고 답하기도 해 분석팀이 조직적으로 분석과정을 숨기려고 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대해 검찰은 "김 전 청장은 (분석 결과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분석 장면을)녹화까지 했고, 그렇기 때문에 떳떳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녹화된 CCTV내용을 보면 이같은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떳떳하다면 왜 분석관들이 목소리를 낮춰가며 '좌파', '우파'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녹음 안 되게 (작업)해야한다는 말을 했냐"고 꼬집었다.
검찰은 또 분석팀이 경찰이 대선 직전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때인 지난해 12월 16일 전 이미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ID와 김씨가 작성한 게시물, 주로 활동하던 사이트 등을 파악해 김씨의 활동 내용이 인터넷 여론 조작인 확인하고도 결과물을 수사결과 발표 전 수사팀에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검찰은 "분석팀은 14일 김씨가 인터넷에 작성한 게시글 내용을 확인하며 심리전단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활동한 사실을 파악하게 됐고, 15일에는 분석관 중 한명이 ‘자료를 수사팀에 넘겨줘야 한다’는 내용과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 수사 내용을 수사팀에 전달해줘야한다’, ‘확인 내용에 대한 결론을 분석관들이 내리기 부담스럽다’는 내용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CCTV에는 최 모 분석관과 성 모 분석관, 김모 분석관 등이 분석 자료의 형식과 분량, 데이터 분류 방식 등을 논의한 내용이 자세하게 담겨있다.
분석관들은 “자료를 빨리 분석해야겠다”, “이것(분석내용)을 수사팀에 구두로 이야기해줘라”, “우리는 팩트만 주고 판단은 저쪽(수사팀)에서 하니까 우리는 판단하지 말자”는 대화를 주고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앞선 공판에 증인으로 선 이광석 전 수서서장은 수사 중간발표 30분 전까지 압수한 하드디스크 분석보고서를 받지 못했다고 진술해 증거물 분석 결과가 수사팀에 전달되지 못한 과정에서 김 전 청장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대선을 앞둔 지난해 12월 16일 수서서가 "대선 후보 관련 비방, 지지 게시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김 전 청장이 분석팀이 분석물을 수서서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외압을 행사했다며 김 전 청장을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