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의혹에서부터 계속 이름이 거론됐는데 이번에는 역사교과서 문제와 관련해 연일 강성발언을 쏟아내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교학사 교과서를 옹호하면서 '긍정적인 사관'으로 현대사를 기술하고 있다며 다른 역사교과서를 비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의 이런 행보와 관련해 차기 당권과 앞으로의 대권을 향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유력한데 그동안 신중하던 태도와 달리 25일 당 대표 도전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김무성, 왜 교학사 교과서 적극 옹호하나?"라는 제목으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김무성 의원이 당 대표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 그동안은 당권 도전의사를 부인하거나 시기상조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던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당 대표 도전할 의사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김 의원은 어제(25일) 울산을 방문해 기자들과 오찬간담회 자리에서 "기회가 된다면 당권을 마다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사무처 직원으로 새누리당에 들어가 사무총장과 원내대표를 두루 거쳤다면서 당원과 주위 사람들이 원한다면 당 대표가 돼서 올바른 정당 정치를 구현해보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앞으로 당 대표가 된다면 한국 정당정치를 바로 잡아보고 싶다"면서 "당 대표로서 당에 충성했거나 지역 주민이 원하는 사람이 커갈 수 있는, 의리를 배반하지 않는 정당을 만드는 것이 바람"이라고 구체적인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김 의원은 다만 "대표의 임기는 지켜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조기전당대회 개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 김 의원이 그동안 연일 역사교과서 문제와 관련해 강성발언을 쏟아냈는데 당 대표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이냐?
= 김무성 의원은 역사교과서 문제와 당권 도전은 무관하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정치권에서는 관련 있는 행보로 보고 있다.
김 의원은 어젯밤 전화통화에서 "교과서 문제는 정치적인 의도가 전혀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김 의원은 "오래전부터 교과서가 잘못됐다는 얘길 많이 들어왔는데 막연하게만 들어왔지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그래서 그걸 좀 알아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을) 시작한 것이지 다른 의도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래서 김무성 의원의 무게감 때문인지 당권이나 대권 노림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라고 물으니 "그런 건 해석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나는 내 할일 하면 된다"라고 비켜갔다.
당권이나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 전략을 택한 것이다. 유력 정치인이 자신의 발언이 미치는 파장이나 여론의 주목도를 모를 리 없는 만큼 당권이나 대권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도 "대권을 앞두고 보수의 아이콘으로 확실하게 보수진영을 잡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도층의 반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 갈림길에서 보수층 지지를 확고하게 다지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옹호하는 건 지나친 것 아닌가?
= 역사학자들이나 일선고등학교 역사교사들이 사실오류와 역사왜곡이 심각하다고 평가하는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긍정사관에 의해 쓰여진 교과서라고 평가하는 건 작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어제(25일) 자신이 좌장으로 있는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 강연의 마무리 발언에서 "그동안 우리 학생들은 현대사 부분이 부정적 사관으로 된 7종의 역사 교과서로 교육을 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교학사에서 긍정적 사관에 의한 교과서를 발행하는 과정에 있다"라고 말했다.
어젯밤 통화에서도 "그동안의 기존 교과서는 현대사에 대해서 부정적인 사관을 가지고 쓴 교과서고 긍정적인 사관을 갖고 쓴 교과서가 교학서 교과서고 그렇게 보고 있는 것이다"라며 "우리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사관을 가르쳐야지 부정적 사관을 가르치면 우리에게 뭐가 오겠나?"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건전한 사고를 가지고 잘해 보겠다는 '국민 기업'을 보호해주지 않으면 누가 해주느냐"며 교학사를 거들기도 했다.
김 의원은 특히 역사교실의 강연자를 교학사 역사교과서 집필을 주도한 공주대 이명희 교수를 지난 11일에 초청한데 이어 오는 11월 6일에는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을 초청해 강연을 들을 예정이다.
김무성 의원은 다만 "오류가 있는 것은 수정한다는 것 아닙니까"라며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무조건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한 뒤 "공권력 문제와 교과서 내용은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인데 오늘은 공권력 관련된 얘기를 한 것이지,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일방적으로 편들거나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 공권력에 대한 얘기라니 무슨 얘기냐?
= 김무성 의원은 "교학사가 40여종의 교과서를 발행하는 출판사인데 이번 논란(역사교과서 논란) 후 사장에게 어떤 세력이 전화를 해서 '목을 따버리겠다' '죽여 버리겠다' '회사를 불 지르겠다'는 등의 협박을 했다"면서 "이래도 되는 거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데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이 발표한 3차례의 관련 논평에서 공포에 시달린 교학사를 도와주는 '공권력 확립' 언급은 한 줄도 없었다"면서 "그것은 잘못된 것이며, 당에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전교조 교사들의 '교학사의 역사 교과서를 비롯해 다른 교과서도 채택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공갈 협박에 시달려 교학사가 '새 역사교과서를 발행하지 않겠다'며 포기 단계까지 들어갔다고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 김무성 의원이 왜 이렇게 교학사 역사 교과서를 옹호하는 것이냐?
= 김 의원은 '긍정사관'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두 가지 의미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정치적인 목적이나 의도이고, 두 번째는 평소의 소신이라는 관점이다.
먼저 정치적인 목적이나 의도는 자신이 보수의 아이콘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의원이 "정치적인 의도가 전혀 없다"고 말하기에 정치인의 행보에 정치적이지 않은 게 있냐? 라고 물으니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김무성 의원의 행보를 보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모습이 겹쳐진다. 보수의 아이콘으로 부상하려고 무상급식을 부자급식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주민투표까지 강행하면서 이미지 정치를 하려 했던 모습과 너무나 닮아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오세훈 따라잡기' 또는 '오세훈 시즌2'라는 그런 평가들이 나온다.
그래서 내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고 그 여력을 바탕으로 2017년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것 아니냐 하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김 의원의 발언들은 다른 반발여론에도 불구하고 보수층의 지지를 확실하게 다지겠다는 그런 의도가 아니고서는 나올 수 없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두 번째는 김무성 의원의 평소 소신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김무성 의원은 원래 보수적인 가치가 강한 사람이다. 교학사 교과서 작업도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왜곡된 역사를 제대로 고치는 작업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치적 전략이나 노림수가 있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갖고 있는 역사관과 소신의 발로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과 자주 접촉하는 새누리당 출입기자들도 "김무성 의원은 평소에도 그런 발언을 한다"며 "정치적인 의도와 무관하게 평소의 소신이 그렇다"라고 말한다.
▶ 야당에서는 뿌리부터 '친일파'임을 커밍아웃하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이 그런 논평을 했다.
김무성 의원과 같은 부산출신인 배재정 의원은 25일 논평에서 "일본 극우파와 꼭 닮은 역사관까지 드러냈다"고 말했다. 배 대변인은 '일본의 대표적 극우신문'인 산케이 신문의 구로다 가츠히로 서울지국장이 교학사 교과서를 '긍정사관'이라고 평가한 칼럼과 비교했다.
배 대변인은 "구로다 지국장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다른 7종의 교과서는 현대사 기술에서 '독재와 그에 대한 저항'이라는 정치 중심의 어두운 면을 강조했으나, 교학사 책은 경제발전과 국력증강이라는 밝은 면에 주목하고 있다"고 극찬을 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구로다 지국장이 극찬한 까닭은 "이 교과서가 식민지 근대화론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며 "일본 극우파와 김 의원의 역사관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라고 지적했다.
구로다 지국장은 21일자 서울발 칼럼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한국판 후쇼사 교과서'로 명명한 뒤 "교학사판 새 교과서는 일본 통치시대에 대해 여태까지의 '억압과 착취'라는 암흑사관(暗黒史観)을 부정하고, 일본 지배하에서도 한국인은 자기 계발에 힘써 한국 사회는 발전했다는, 역사의 다양한 측면을 기술하는 등, 좌파를 비롯한 (한국의) 공식 사관이 가장 싫어하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배재정 대변인은 그러면서 "초록은 동색이라고 했다. 김무성 의원, 더 이상 궤변을 늘어놓지 말고 차라리 뿌리부터 '친일파'임을 커밍아웃 하시라"고 쏘아붙였다.
배재정 의원의 이런 논평은 김무성 의원의 집안 가계도와 무관하지 않다. 김 의원의 가계도는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구체적으로 언급을 하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대한민국 ‘뼈대 있는 가문’의 후예이다. 아버지 김용주는 일제강점기 경북도회 의원, 조선임전보국단 간부였다. 전쟁에 나간 ‘황군’에게 위문편지 보내는 운동을 폈다고 알려져 있다"며 "그는 해방 후 뛰어난 수완을 발휘해 일본인들이 두고 떠난 소위 ‘적산(敵産)’ 전남방직을 불하받아 부자가 되었다"고 김 의원이 친일파의 아들이라고 말했다.
김무성의 집안은 현대그룹과 사돈이다. 김무성의 누나가 현대상선 현영원 회장과 혼인했다. 그 딸이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5년 넘게 큰 곤경을 겪고 있는 현정은 회장이다. 김무성 의원이 현정은 회장의 외삼촌인 것"이라고 말했다. 현정은 회장의 할아버지 현준호도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냈는데 친일파 708명의 명단에 올라 있다.
유 전 장관은 이어 김 의원의 부인에 대해서도 "처가도 만만치 않다. 김무성 의원의 부인은 만주군관학교 출신으로서 이승만 대통령 비서관과 자유당정권 공보처장, 박정희 시대 국회의원 3선을 한 최치환의 딸"이라고 소개했다.
이에대해 김무성 의원 쪽에서는 친일의혹 제기가 '모욕죄와 명예훼손죄 대상'이라며 강력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