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야구장 입지 변경 요청한다"
NC다이노스 프로야구단은 25일 창원시에 야구장 입지변경을 공식 요청했다.
"연고지 변경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뒤 하룻만이다. 그동안 창원시의 눈치를 봐가며 입장표명을 자제했던 것과 사뭇 다르다. 때문에 사실상의 최후통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NC다이노스는 25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내용에 따른 입장을 통해 "NC구단은 창원시와 창원시장에 새 야구장의 입지변경을 공식 요청한다"며 "이를 통해 창원시민과 함께 성장하는 꿈을 계속 키워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NC는 "24일 한국야구위원회가 발표한 결과를 보며 실망과 좌절을 금치 못한다"며 "새 야구장의 입지가 총체적으로 부실한 조사를 바탕으로 결정됐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NC는 또 "지난해 5월 지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완수 시장은 '야구장은 관중과 접근성이 우선이며 새 구장의 입지는 교통과 시민 접근성을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이다"고 공언했다"면서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원칙이 반영되지 않았음이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NC는 "새야구장은 야구 팬과 다이노스를 포함한 전체 프로야구의 미래이며 그 미래를 잘못된 결정에 맡길 순 없다"면서 "무엇보다 다이노스를 사랑하는 시민 여러분의 피와 땀이 담긴 막대한 비용을 허공에 날려버릴 수는 없은 만큼 새 야구장은 창원-경남지역 야구팬과 프로야구 전체의 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되고 추진돼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앞서, KBO는 24일 '창원시 신축야구장 부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 최종 보고서 발표를 통해 "신축야구장 부지로 창원시가 확정 발표한 진해 육군대학 부지보다 창원보조경기장이나 마산종합운동장 부지가 더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창원시에 부지 변경을 공식 요청했다.
이에 대해 창원시는 "부지 문제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이다.
◈ 심상찮은 야구계…"야구인들 우롱하지마라"
프로야구출신 원로 야구인 모임인 사단법인 일구회와 프로야구선수협회는 창원시에 새 야구장 부지를 다시 선정해 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구회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창원시가 KBO의 진해 신축구장 입지 변경 요청을 거절한 것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창원시는 NC 다이노스를 유치한 뒤, 신축구장 부지 선정을 비롯한 각종 현안에 대해 정치적인 논리를 앞세우며 유치전에 약속한 것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한국 프로야구와 야구인의 신의를 저버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구회는 일본 세이부 라이언스 홈구장의 사례를 들며 "막대한 공사비가 들어가는 신축구장은 최고의 장소에 신축돼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세금의 낭비는 물론, 프로야구단의 자립 경영에도 악영향을 줄 뿐이다"고 지적했다.
일구회는 "세이부 라이언스는 자회사인 세이부 철도를 잘 정비해 도쿄 중심가에서 30~50분 정도 걸리는 데도, 흥행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2000년대에 들어서만 3차례나 리그에서 우승했을 정도로 퍼시픽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이지만 관중이 찾지 않는 이유는 홈구장 위치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고 언급했다.
일구회는 이어 "창원시는 머릿속의 지우개를 꺼내놓고 프로야구단을 유치할 때 밝힌 약속들을 성실하게 실행하고 KBO와 야구인의 사심없는 조언을 가감없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창원시의 야구장 부지선정 과정의 총체적인 부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창원시에 시민들과 야구팬들을 위한 최적의 야구장 부지를 선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선수협은 서울 고척돔 야구장 사례를 들었다.
선수협은 "서울 고척돔야구장은 수도권이라는 거대 시장을 가지고 있고 2천억 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되었지만 부지선정의 문제로 인해 프로야구단, 야구팬,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며 "결국 서울시는 고척돔 활용과 프로야구단 유치를 위해 다시 수백억원을 투입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결국 천억 원 이상의 혈세가 낭비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선수협은 "잘못된 선정으로 시민들과 야구팬들로부터 외면받고 시민들의 혈세가 낭비되는 야구장이 지어진다면 그로 인한 책임은 야구장부지를 선정한 창원시 담당자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선수협은 특히 "새로운 야구장이 창원시의 애물단지가 아니라 시민들과 야구팬들의 사랑을 받는 시민공원이 되기를 바란다"며 "잘못된 야구장 건립이 강행된다면 선수협은 야구팬, 창원시민들과 함게 잘못된 결정을 되돌리기 위한 행동을 취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 야구전문가들 "창원시 초심으로 돌아가야…대화로 풀어야"
야구전문가들은 창원시가 NC구단을 유치할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며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창원시가 9구단을 유치하는데 역할을 한 허구연 KBO야구발전실행위원장은 "9구단을 창단할 당시 요청한 도시가 많았지만 통합창원시가 되는 점, 창원시 전폭적인 지원 약속 등을 감안해 창원에 유치가 됐는데 초심이 변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진해로 갈 수도 있다고 본다"며 "다만 그런 것들을 서로가 동의를 구하고 서로 얘기를 하면서 했어야하지만 그 과정이 안되다 보니 엉망진창이 됐는데 지금이라도 대화를 하면서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KBO 사무총장을 지낸 하일성 해설위원은 "창원시가 NC다이노스 창단할때 약속을 지켜야한다"며 "창원에다 야구장을 짓는 조건에서 엔씨다이노스가 연고지가 됐고 다른 것은 따질 필요없다"고 말했다.
그는 "약속을 못지키면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줘야 하고 그게 안되면 야구장을 어디 짓느냐 안짓느냐 논의할 자체가 아니다"면서 "구단이 반대하고 입지 변경을 요구한다면 다른 해법은 없는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