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공약 파기에도…당·청은 '얼렁뚱땅 넘기자' 분위기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국무회의에서 자신의 대선 공약인 기초연금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만 진솔하게 사과하기 보다는 자신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이해시키려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공약 불이행에 대해 무감각하거나 면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그러나 큰 틀에서의 유감표명은 있을 지 몰라도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과나 강도높은 유감 표명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우선, 공약 불이행이 아님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 여건상 소득 하위 70% 노인들에게 국민연금과 연계해 지급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데 방점이 찍히는 분위기다.

또 이 정도로 시행하는 것만으로도 현재의 기초노령연금제에 비해 상당히 진전된 조치임을 강조하고, 임기 내에 공약 이행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기초연금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는 데 따른 사과나 유감표명이라기 보다는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선전하는 게 된다.

형식도 문제다. 공식적인 기자회견이 아닌 새해 예산안을 다루는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잠시 입장을 밝히는 정도다. 이런 형식은 과거 전례에 비춰봤을 때 매우 특이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쌀시장을 지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우루과이 라운드에 참여하면서 공약파기가 불가피하게 되자 텔레비젼 생중계를 통해 공식 사과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첫해 촛불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정식 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 대운하 포기를 선언하면서 성난 민심을 달래려고 애썼다. 동남권신공항 공약 백지화 선언도 특별기자회견 형식으로 이뤄졌다.

문제의 심각성은 청와대가 기초연금 공약 불이행을 불이행으로 보지 않고 이에 대한 비판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데 있다.

민주당의 '기초연금 공약파기' 비판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전반적인 기류는 "공약 포기는 사실이 아니고 지나친 정치공세"라는 쪽이다.

박 대통령과 공동운명체인 새누리당에서도 기초연금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따른 심각함이나 책임을 지려는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18대 국회 때만 해도 청와대의 국정운영에 제동을 거는 의원들이 많았지만, 대선 승리에 상당한 기여를 했던 기초연금 공약이 사실상 물 건너 간데 대해 공약이행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선 의원은 아직 없다.

황우여 대표조차도 24일 CBS에 출연해 "무조건 모든 분한테 20만원씩 드린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노령연금, 장애인연금, 국민연금의 통합을 법에 의해 단계적으로 한다는 취지였다"며 책임 회피에 바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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