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막장'이라 분류되는 드라마들이 무리한 해피엔딩을 연출하면서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극에서 선보이는 해피엔딩의 구성이나 흐름 역시 진부하게 흘러가면서 비판의 강도는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막장극 해피엔딩의 조건은 무엇일까.
◈ 모든 사람은 갑작스럽게 착해진다
막장드라마의 주요 요소는 설득력없는 극단적 악역이다.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사람의 죽음을 사주하거나 정신병원에 감금하는 것은 막장 드라마에서 더 이상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악랄하던 인물들도 결말이 가까워 오면 갑작스럽게 착해진다.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성격이 180도 변하는 것만큼은 예외가 없다.
최근 막을 내린 MBC '금나와라 뚝딱', '백년의 유산', KBS '최고다 이순신' 모두 악역들이 갑작스럽게 착해지면서 훈훈하게 마무리 됐다. 그렇지만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이야"란 반응이다.
◈ 취업·돈·사랑…모든 갈등 요소 한꺼번에 해결
극을 쭉 지탱해왔던 갈등 요소들도 한꺼번에 해결이 된다. 능력이 없어 빈둥거렸던 집안의 골칫덩이는 갑자기 자신의 일을 찾고, 사업에 망하거나 하는 일마다 안 풀렸던 주인공은 결국 성공한다.
사랑 역시 마찬가지다. 이전까지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이라도 마지막 회엔 결국 승락을 받아내고 만다. 그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들의 딸 혹은 아들을 본인 보다 더 사랑하는 것을 증명하면 된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배우자를 평생 보살피겠다고 다짐하거나, 상사병을 크게 앓는 행동도 효과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몇몇 시청자들은 "그렇게 꼬이고 꼬아놓았던 이야기가 단번에 풀려서 허무하다"며 "이런 기세면 로또 1등 당첨이 뜬금없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청평을 올리기도 했다.
◈ 마지막 회, 어떤 갈등도 없다
막장 해피엔딩의 가장 큰 특징은 마지막 회에서 어떤 갈등도 발견할 수 없다는 것. 매회 시끄럽게 에피소드가 발생하고, 모든 인물들이 감정의 골이 깊어 팽팽하게 대립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상할 수 없는 전개다.
마지막 회에서 갈등이 발견되기 힘든 건 앞서 언급한 조건들과 관련 깊다. 모든 인물들이 착해지고,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진 상황에서 더 이상 갈등 요소가 없는 것. 때문에 마지막 회는 그 어느 때보다 밋밋하다. 반전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막을 내린 한 막장드라마의 시청자는 "매 번 속으면서도 또 실망했다. 이렇게 작위적인 행복 만들기를 보며주려면, 왜 마지막 회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한 주 전까지 눈을 부라리던 시어머니가 갑자기 '우리 며느리'라고 하더라. 해피엔딩도 좋지만 개연성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