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추석 전 70% 안팎까지 치솟아 탄탄한 지지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보이던 박 대통령 지지율은 60%대 초중반까지 내려갔다.
박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대해 해석은 제각각이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으로 지지율이 너무 급상승하며 거품이 생겼다가 살짝 조정국면을 거쳐 제자리로 돌아간다고 보는 것은 여권의 해석. 야권은 박 대통령의 소통 실패와 여권 내부의 기강해이로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데 대한 국민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 한다.
◈여론조사는 요물, 들었다 놨다 ....
시국을 놓고 여야가 상반된 의견을 내보일 때 답은 쉽다. 대개는 상대 진영을 비판하는 내용만큼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 자기 진영에 대한 변명은 허세 아니면 거짓말이 많다. 그렇게 따지면 지금 시국은 박 대통령 정부가 소통과 리더십에 문제가 있어 국민의 우려가 커지는 중이고, 야당에게는 국회로 들어가 싸우라는 쪽으로 국민 여론이 기울어 있는 셈이다.
판단하기 애매한 문제가 하나 끼어 있는데 채동욱 검찰총장 문제이다, MBC, 문화일보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 사건을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 문제'로 본 응답자가 '검찰의 독립성 흔들기'로 본 응답자보다 많았다. 그런데 한겨레, JTBC 여론조사로는 이를 '정치보복'으로 본 의견과 감찰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여론조사는 도대체 어느 정도 믿어야 하는 걸까? 여론조사라고 해서 과학으로 무장된 것만은 아니다. 여론조사에는 오류와 추정이 잔뜩 섞여 있다. 과학이 되려면 갖추고 거쳐야 할 조건이 많고 그걸 채우려면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간단히 정리해 보자.
1. 지지율에서 찬반을 표시할 때 제대로 알고 신념에 따라 답하는 사람과 대세에 편승해 적당히 얼버무려 대답하는 사람, 옆 사람이 그렇다고 하니 친구 따라 가는 사람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뾰족한 방법이 없다. 물론 다른 질문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판별하는 방법이 있지만 질문 항목이 늘고 면담 시간이 길어지면 비용이 많이 든다.
1. 여론조사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응답자를 선정하느냐도 늘 문제. 대부분의 전화조사는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한다. 모집단을 대표할 수 없기 때문에 정확성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당장 집 전화 사용자와 휴대전화, 인터넷 전화 사용자의 비율을 어떻게 배분해야 할까? 전화의 종류에 따라 비용도 달라지는데 과연 조사기관은 비용에 관계없이 최선의 방법을 선택할까?
1. 남녀 노소, 직업에 따라 생활시간대가 다르고 전화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다르다. 그러니 시간대별, 요일별로 응답자 그룹의 성격에 차이가 있다.
1. 조사응답률도 고려해야 한다. 조사응답률이 낮으면 여론조사의 신뢰성이 떨어진다. 누군가에게 지지나 선호도를 물었을 때 대답을 거부한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그걸 보완치 않고 조사를 진행하면 특정의 공통된 의견이나 성향을 가진 상당수의 사람들이 조사에서 제외되는 결과를 낳는다. 통계학적으로 응답률이 50%는 넘어야 신뢰성을 갖는다고 한다. 선진국의 경우 30%대 이하의 응답률을 보이면 정확성에서 떨어져 어쩔 수 없이 결과를 폐기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여론조사기관에서 발표하는 조사 결과 중 응답률 30% 이하가 수두룩하다. 심지어 10%대의 응답률을 보이는 것도 있다 한다. 아예 응답률이 얼마였는지는 밝히지도 않는다.
1. 조사 질문지의 내용과 순서가 어떻게 구성되었느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추측성 질문이나 예측성 질문이 포함된 경우, 어떻게 단어를 배치하고 표현하느냐에 따라 응답이 달라진다.
이렇게 여론조사가 점술이 아니라 과학으로 인정 받으려면 표집방법, 응답률, 문항구성 등 결과해석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을 철저하게 다루고 전달받는 사람에게 설명해야 한다. 뉴스에 실을 국민여론조사라면 언론사가 이러한 사항들을 여론조사기관에게 철저히 따져 정확한 여론조사를 이끌어내고 조사방법과 한계를 시청자들에게 정확히 설명하는 게 마땅하다.
◈ 국민을 두 번 속이는 여론조사들
더구나 추석이 끝나면 지역에서는 재선거 운동에 본격적으로 접어든다. 이미 곳곳에서 여론조사를 통해 누가 앞서고 유력하다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돈 주고 의뢰한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부지기수이다.
후보를 소개한 뒤 누구를 선호하느냐고 묻는데 어떤 이는 전직으로 소개하고 누구는 현직으로 소개하는 편법을 쓴다. 누구는 **당 소속이라 소개하고 같은 **당 소속의 누구는 당 소속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마치 앞 사람이 그 정당의 공천을 이미 받은 것으로 착각하게 유도하는 수법이다. 여론조사 방법에 속고 그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 읽으니 2번 속는 셈이다.
권위주의 통치가 여론을 조작하고 왜곡하는 방식 가운데 선거 때 써먹는 2가지가 있다. 첫째는 유권자를 모두 투표장으로 몰고 가 집권자에게 지지표를 몰아 찍도록 국민을 동원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 정치적 무관심, 집단적 무력감을 키워서 투표장에 나오지 않게 하는 네거티브 방식이다. 과거에는 전자, 최근에는 후자의 방법이 많이 쓰인다. 이런 상황에서 여론조사마저 신뢰를 잃으면 민주주의의 통로는 더욱 좁아진다.
민주주의란 현실의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외치고 뭉치는 행위들이 있어야 이뤄진다. 평범한 사람들의 열정과 소신에 민주주의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는 것이다. 국민 여론조사는 평범한 열정과 소신이 숫자로 표시되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절차이다. 여론조사를 행하고 발표하는 기관과 언론사의 책임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