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현지시간)부터 약 1시간 동안 열린 기념식에는 러시아 측에서 블라디미르 야쿠닌 철도공사 사장과 알렉산드르 티모닌 북한 주재 대사 등이 북한 측에서는 전길수 철도상, 오룡철 무역성 부상 등이 참석했다.
야쿠닌 사장은 축사에서 "5년이란 시간이 걸린 하산-나진 철도 개보수 공사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유럽으로 가는 가장 짧은 운송로인 이 철로를 따라 많은 화물이 운송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철도상은 "조로(북러) 철도 연결 사업은 양국 인민들의 공동의 발전과 이익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대규모 협력 사업 실현의 본보기"라며 나진-하산 구간 철도 운영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확신을 표명했다.
러시아 철도공사와 북한 나진항은 지난 2008년 7월 합작회사 '라손콘트란스'를 설립하고 54km 길이의 하산-나진 구간 철로 개보수 및 나진항 현대화 공사를 진행해 왔다. 합작 형태의 사업이었지만 90억 루블(약 3천억원) 이상의 사업비는 모두 러시아가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철도공사 측은 철로 개보수에 55억 루블, 나진항 현대화에 35억 루블이 들었으며 앞으로 시설 구매 등에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그동안 하산-나진(52km) 본선과 나진-나진항(2km) 지선 등 전체 54km 구간에 러시아식 광궤(1천520㎜)와 한반도식 표준궤(1천435㎜) 방식 선로가 나란히 놓인 복합궤를 새로 깔았다. 양국의 선로 방식 차이에도 차량 바퀴를 바꿔 달 필요없이 열차가 신속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또 같은 구간에 있는 18개의 교량과 3개의 터널 등도 개보수했으며 현대식 신호 및 통신 장치도 새로 설치했다.
공사 전에도 같은 구간에 복합궤가 깔려 있긴 했지만 선로 노후로 열차가 시속 30~40km 정도의 속도밖에 내지 못해 정상적인 화물 운송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에 철길을 새로 깔면서 화물 열차가 시속 60~70km의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러시아 철도 관계자는 설명했다.
러시아는 이와 함께 물류 사업의 일환으로 장기 임대한 나진항 3호 부두에 현대화된 화물 터미널을 세우는 공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3만t급 화물선이 접안할 수 있도록 항구 인접 바다 수심을 늘리는 작업과 함께 선적 및 하역 시설을 개보수하는 공사를 동시에 추진 중이며 올해 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는 하산-나진 철도 개보수 공사를 시베리아횡단철도(TSR)-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사업의 시범 사업으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 프로젝트인 이 사업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당장은 개보수된 러-북 철도를 자국산 석탄 수출에 이용한다는 방침이다. 나진항으로 연결되는 중국 철도와 연계해 중국 화물의 수출 통로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향후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 국가들의 유럽행 수출 화물을 나진항으로 끌어들여 개보수된 하산-나진 구간 철도와 TSR을 통해 유럽까지 운송하는 물류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와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달 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으며 박 대통령도 하산-나진 철로를 이용하는 물류 사업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쿠닌 사장은 이날 철도 개통식 행사 뒤 기자회견에서 "이미 화물 운송회사들로부터 구체적 제안이 들어오고 있으며 외국 투자자들도 사업 참여를 타진해오고 있다"며 물류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보수된 북한 구간 철로 인근에 가동이 중단된 석유화학공장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철길이 뚫린 만큼 러시아산 원유를 이곳으로 운송해와 가공하는 사업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