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위치한 서울이웃린치과를 설명하는 수식어들이다. 지난 2009년 1월에 문을 연 이웃린치과는 이제 지역사회에서 '좋은 일 많이하는 치과'로 명성이 자자하다.
홍수연 원장(46)은 "지역사회에서 저희 병원을 지지하는 어르신이 많아졌다"며 "과자를 들고 오시는 슈퍼 아주머니도 계시고 지지와 성원을 많이 보여주신다"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 무료진료라고 다 똑같은 무료진료가 아니다!
'무료'진료라고 해서 충치치료나 발치 등 간단한 진료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틀니, 임플란트, 교정 등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진료가 이 '무료'진료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홍 원장은 병원 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다른 병원에서도 쉽게 받을 수 있는 진료를 굳이 여기서 받을 필요가 있느냐"라고 되묻는다. 이 때문에 무료 진료에 매년 1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지난 14일 무료진료 시간에는 청각장애인으로 홀로 생활하고 있는 김윤소(70) 할머니가 진료를 위해 이웃린치과를 찾았다.
치아가 거의 없는 김 할머니는 하루빨리 치료를 하고 틀니를 껴야하기 때문에 매주 병원을 찾아야 하지만 토요일에는 수화통역사를 찾기가 힘들어 몇 주 만에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수화로 "청각장애인들로부터 여기가 좋다는 소문을 많이 들었다. 원장님이 설명도 자세히 해주시고 해서 너무너무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표현하던 김 할머니는 고가의 틀니 제작 비용이 모두 공짜라는 설명을 듣고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김 할머니와 함께 이날 이웃린치과에는 노숙생활을 하다 재활과정을 밟고 있는 A씨 역시 무료진료를 받았다. 선천적으로 치아가 기형인 A씨는 "치아 치료를 받고 오면 경비원으로 채용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현재 이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 치과 치료를 통해 삶이 바뀌는 환자가 1순위 대상
이홍범 실장은 "저소득층이 주로 찾는 것이 사실이지만 꼭 저소득층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며 "어린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A씨 같이 치료를 통해 인생이 바뀔 수 있는 분들이 1순위"라고 기준을 설명했다.
실제로 홍 원장도 가장 기억에 남는 무료진료 사례로 버젓히 대학을 졸업하고도 치아 기형 문제로 취업을 포기하고 집안에서만 지내던 한 청년을 치료한 사례를 꼽는다.
홍 원장은 "거의 모든 치아를 다 새로 만드는 치료를 했다"며 "그리고 나서 취업도 하고 사회생활도 하고 지금은 자원봉사도 하면서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무료진료와 함께 이웃린치과가 이웃에게 베푸는 나눔은 폐금 기부다. 대부분의 치과는 환자들이 치료와 함께 남긴 폐금을 팔아 수익금으로 남기지만 이웃린치과는 이것까지 환자들의 동의를 받아 기부한다.
치아에 붙어있다 떼낸 폐금이 기껏 얼마나 하겠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이 역시도 모으면 일년에 1천만원치나 된다고 한다.
◈ "건강할 권리는 공동체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것"
현재 이웃린치과는 재단법인 화강문화재단의 부설 치과로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상 홍 원장이 운영하는 개인병원이지만 비영리공익법인 소유로 두고 홍 원장은 월급을 받는다.
그럼 수익금은? 화강문화재단의 장학사업에 쓰인다. 이 재단은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자녀 등 취약계층 아이들에 장학금을 주고 중학교 교복지원사업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홍 원장은 왜 자신이 독차지할 수 있는 '부'를 나눠주는데 혈안이 돼 있을까?
의외로 답은 간단했다. 홍 원장은 "많은 분들이 계기를 얘기하는데 사실 저 말고도 많은 치과 의사선생님께서 무료진료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사람이 교육받는 것이 권리인 것 같이 건강해야 하는 것도 권리고 그 것은 국가든 사회든 공동체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조금은 더 할 수 있는 사람이 먼저 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고 제가 그래도 가진 게 이런 재주가 있으니까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만큼 하려고 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병원 경영상의 어려움은 없느냐는 질문에 홍 원장은 "물론 어렵다 세상이 다 어려운데 그런 어려움은 서로 의지하면서 극복하는 것 아니겠냐"며 겸연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